<연합인터뷰> 바이올린 샛별 알렉산드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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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터뷰> 바이올린 샛별 알렉산드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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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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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누비는 바이올리니스트 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할아버지, 할머니 나라에 와서 연주하니까 너무 좋아요."
   러시아 극동부 하바로프스크의 고려인들 사이에서 '바이올린 신동'으로 소문난 알렉산드라 리(9). '샤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꼬마 숙녀가 난생 처음 할아버지, 할머니 나라에 왔다.

   
▲ 알렉산드라 리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담임목사) 초청으로 재단이 운영하는 양재동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지난달 30일 독주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은 샤샤의 후원회 결성을 겸해 마련된 행사였다. 공연 후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만난 샤샤는 인터뷰 내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가슴에 품은 바이올린 줄을 튕기거나 옆에 있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공연 전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막상 무대에 나가니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사람들도 많이 와주셔서 좋았어요."
   샤샤는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증조부의 후손으로 태어난 고려인 4세.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원양어선 선장인 아버지, 다섯 살 위 언니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어린 샤샤가 바이올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돌이 조금 지나서였다고 한다.

   샤샤의 언니가 동네 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 어머니가 샤샤를 안고 아침마다 언니를 데려다 주곤 했는데, 줄기차게 울던 샤샤가 바이올린 소리만 들으면 울음을 그치더라는 것.

   어머니 갈리나(45) 씨는 "집안에 음악하는 사람도 하나 없고 음악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그저 신기했다"며 "그 때부터 언니 학교에만 가면 샤샤를 바이올린 수업이 있는 교실에 데려다 놓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섯 살 때부터 동네 선생님을 통해 조금씩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교육은 시킬 수 없었다.

   그런 샤샤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3년 4월 제3회 블라디보스토크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1위, 이어 지난해 초 한디만시스크에서 열린 전(全) 러시아 신인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면서였다.

   특히 전 러시아 신인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다비도비치 교수(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는 샤샤를 올 봄 학기부터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는 특전도 베풀었다.

   하지만 생활비와 학비가 문제였다. 음악원 입학을 위해서는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사를 가야 했지만 도저히 형편이 되지 않았던 것.

   전 러시아 신인 콩쿠르 때도 대회 장소까지 가는 비행기 표값이 없어 포기할 뻔 했으나 주변의 고려인 동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태줘 가까스로 표값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연이 러시아에서 선교 중이던 이우복 목사를 통해 밀알복지재단에 알려지면서 생각지 못했던 길이 열렸다. 재단이 샤샤의 후원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재단 측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한 차례씩 샤샤를 한국으로 초청해 독주회를 열어주고 입장권 수익금과 후원회 성금을 샤샤의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다.

   이번 독주회 수익금과 음향회사인 소비코(구 태영교역) 등 후원기업의 도움으로 모은 2천만원도 올해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뜻밖의 도움에 감격한 나머지 독주회가 열리던 날 무대 뒤에서 내내 눈물을 쏟았다는 갈리나 씨는 "너무 힘들어 바이올린을 그만두게 하려고 했는데…. 정말 하나님이 도와주셨다. 한국인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샤샤는 "파가니니와 비에냐프스키의 작품, 연주가 중에서는 오이스트라흐와 하이페츠를 가장 좋아한다"며 "더 열심히 연습해 세계를 누비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하는 샤샤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어 책을 보면서 글자를 익히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을 기념해 온종일 외웠다는 한국말을 마지막 인사로 들려줬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샤샤입니다. 한국 이름은 지민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달 30일 독주회 후 '한번 더 해달라'는 관객의 문의가 많아 8일 오후 7시 30분 샤샤의 공연을 다시 열기로 했다. 장애인들과 이웃 주민들을 초청하는 '밀알음악회'로, 누구나 와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02-3411-4668.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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