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늑장대처에 울화통...다른 나라 부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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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늑장대처에 울화통...다른 나라 부럽더라"
  • 연합뉴스
  • 승인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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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지진해일 현장 여행객의 경험담 눈길
미디어다음 / 선대인 기자

동남아시아 지진해일 사태와 관련, 외교통상부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는 당시 태국 배낭여행객의 글이 최근 외교통상부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을 위관희(22)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얼마 전 태국 푸껫에서 배낭여행 도중 지진해일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무성의와 늑장 대처를 경험한 사실을 날짜별로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지진해일이 발생한 지난 12월 26일 푸껫시청에서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등 약 30개국의 대사관 직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데 한국 대사관 직원은 자정이 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다림에 지친 그가 자정 무렵 대사관에 전화했더니 영사과 직원은 “지금 푸껫에 도착했으니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연락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27일 만난 한 부부는 대사관에 전화를 10번도 넘게 전화를 했는데도 아무도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

다음 날인 27일 오전 다시 대사관 영사과 직원에게 전화하니 “오전에는 병원을 돌고 오후에 가겠다”며 푸껫시청에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영사가 한 명밖에 안 왔다는 말로 들렸다”며 “중국, 일본, 싱가폴 사람들(영사과 직원들)은 다 와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너무 불쌍했다”고 썼다. 그는 또 자국인들 숙소까지 잡아주던 일본과 달리 우리 영사관 직원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비행기표와 여권 발급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한국 정부의 생각 없는 늑장대처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까봐 너무나 조마조마하고 창피했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왜 한국 사람들을 무시하는지 이번 여행에서 깨달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26일 밤 현지 영사와 직원 한 명을 태국 푸껫에 비행기로 급파했다”며 “당시 현장에 도착한 직원들이 바로 푸껫시청에 달려가지 못한 점은 처신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외교부는 인명 피해나 우리 교민들의 피해가 계속 커진다는 보고를 받고 단계적으로 계속 현지 및 인근 국가 인력을 파견해 사태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는 현지 재외국민들의 안전과 사태수습에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 불만을 가진 일부 여행객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현지 상황 때문에 임시영사관을 한, 두 차례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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