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 이민 40년 `교민 박사1호' 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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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 이민 40년 `교민 박사1호' 탄생 >
  • 연합뉴스
  • 승인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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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07:44 송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만학(晩學)의 집념은 포기를 몰랐다."

아르헨티나 이민 40년 만에 아르헨 현지 대학에서 처음으로 교민이 박사학위를
받아 교포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86년 아르헨티나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한 박채순(朴采洵.54)씨.

이달 초 아르헨티나 존 F. 케네디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민주
주의와 지역주의'가 통과된 그는 40세를 넘어선 90년 대학원에 진학, 근 15년 간 각
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지금까지 아르헨 교민 출신 중 한나라당 김애실(金愛實) 의원처럼 아르헨이 아
닌 외국 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는 있으나 순수 아르헨티나내 대학에
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박씨가 처음.

특히 박씨의 이번 학위취득은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는 젊은 학생과는 달리 생
업과 학업을 병행한 만학도로서 15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집념의 개가여서
아르헨 이민 후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박씨의 논문은 아르헨티나 거주 교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한국 지역주의와 민주
주의 간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역대 대선, 정당정치 등을 280여 쪽에 걸쳐 집
중 분석했다.

지난 3일 박씨의 학위논문 심사장에는 이영수 회장을 비롯한 재아르헨 한인회
관계자들과 교포 학생 등 40여명이 참석해 하나로 뭉친 교포사회의 남다른 애정을
느끼게 했다.

박씨는 1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성취를 통해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이겨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 결실을 보게돼 기쁘다"면서 "언어와 자료가 부족한 상
태에서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힘을 보태준
교민들과 지도교수에게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15년 간 그의 학업을 이끌어준 지도교수 호세 루이스 스페로니(정치학) 박사는
논문심사 통과 후 "박씨가 15년 전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할 때 말도 아주 서툴었
고, 더욱이 젊지 않은 나이에 이민자로서 생업과 학업을 병행, 이 같은 성과를 거두
었다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축하했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한인이민연구원 장영철 원장은 "어려운 이민생활 가
운데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박씨의 노력은 이 곳의 이민 1.5세와 2세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농협중앙회에 잠시 근무하다 86년 1월 아
르헨에 이민, 무역과 액세서리 도매점을 운영하면서 주경야독을 했다.

지난해 본국으로 재이주한 박씨는 현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
동하면서 한국ㆍ아르헨 간 문화ㆍ학술 교류업무를 취급하는 사업체(TFX 컨설팅)를
부인 유은희씨와 함께 운영 중이다. (사진있음)

kim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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