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집 > 취항 100년 한.일 부관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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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특집 > 취항 100년 한.일 부관페리
  • 연합뉴스
  • 승인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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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 06:01 송고

침략수단에서 양국 문화ㆍ관광교류 첨병 변신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대륙침략과 한반도 수탈의 수단에서 보따리상들
의 생활터전을 거쳐 한.일양국 문화와 관광교류의 첨병으로...

부산항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항을 오가는 정기여객선 부관페리가 새해로 항
로 개설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이라는 이름으로 취항했던 부관페리는 대륙침
략의 야욕에 사로잡혀 있던 일제의 전쟁물자와 병력을 주로 수송했지만 민간인이 양
국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해방 후 9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 농산물을 가져가 일본에서 판 뒤 전자제품이나
식품 등을 들여오는 속칭 `보따리 상인'들이 교통편으로 이용하면서 생활의 터전으
로 삼았고 오늘날에는 양국 국민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해상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관부연락선은 1905년 9월 처음 운항을 시작했다.

일본의 산요(山陽)기선주식회사는 일본 도카이도(東海道)-산요-규슈(九州) 철도
와 조선의 경부선을 연결하면서 여객과 수화물 등을 취급했고 이후 국가소유가 됐다.

이 항로에 처음 투입된 배는 이키마루(壹岐丸. 1천680t)로 11.5시간이 걸렸다.
1년 뒤 쓰시마마루(對馬丸)가 취항해 매일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시대를 열
었다.

그 뒤 7천t급의 곤고마루(金剛丸), 고안마루(興安丸), 3천t급의 도쿠주마루(德
壽丸), 쇼케이마루(昌慶丸) 등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까지 취항했으며 이 무렵
운항 소요시간도 7시간 30분으로 단축됐다.

일본이 패망해 운항이 중단될 때까지 관부연락선은 모두 11척이 운항했다.

태평양전쟁 때는 미군이 설치한 기뢰와 어뢰공격으로 상당수의 관부연락선이 침
몰하거나 파괴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운항이 중단됐던 관부연락선은 1970년 6월 17일 부관페리(釜關FERRY)
라는 이름으로 다시 뱃길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7년과 1968년에 열린 한.일경제각료회의에서 부산-시모노세키 항로 개설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2년여 뒤 노선이 폐쇄된 지 25년만에 부활했다.

처음엔 여객 234명, 승용차 30대를 실을 수 있는 일본 국적선 페리관부호(3천80
0t급)가 취항했고 1983년에는 우리나라 국적의 페리부관호(5천632t급)도 투입돼 매
일 번갈아 운항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일본측이 낡은 기존선박을 초호화 여객선 하마유(浜綿.1만6천187t급)
호로 대체했고, 우리측에서도 2002년 5월 기존의 부관페리호를 1만6천700t급의 여
객선 성희호(星希號)로 교체했다.

길이 162m, 최대속력 20노트의 성능을 갖춘 성희호는 화물차와 승용차를 비롯
해 컨테이너 130개와 승객 562명을 실을 수 있다.

현재 부산항과 일본 시모노세키의 운항 소요시간은 40년대와 비슷한 약 8시간.
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제속도 달리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재일교포들이 한식이나 추석, 설 등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부관페리를 이용했다.

이 무렵 보따리상은 빠질 수 없는 주 고객이었다. 그들은 값싼 농수산물과 의류
등을 일본에 가져가 판 뒤 시계와 전자계산기, 재봉틀, 냉장고, 가스레인지, 밥솥
등을 구입해 부산 국제시장 등에 넘기면 생계를 꾸렸다.

지금은 양국 간의 전자제품의 기술적 차이가 좁혀졌고 중국에서 싼 물건이 대량
으로 수입되면서 보따리상은 거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대신 양국의 관광객과 수
학여행단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에는 재일동포나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
했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양국 청
소년 수학여행단이 이 항로를 이용하면서 부관페리는 양국 문화를 체험하는 장이 되
고 있다.

1905년 열린 한.일 국제여객 항로는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시모노세키.히로시
마.오사카.쓰시마.고쿠라 등 6개 항로에 14척이 운항하고 있으며 이제 뱃길을 이용
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사람도 연간 100만명을 넘고 있다.

부관페리 관계자는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만국박람회 노비자 입국,
한국의 `주5일제 근무' 등으로 양국의 인적교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제
부관페리는 한.일 양국의 어두웠던 역사를 접고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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