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고향의 봄'을 교과서에서 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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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고향의 봄'을 교과서에서 빼다니!
  • 이동렬(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승인 2004.12.2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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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사는 동포 여러분들의 협조를 바라면서 펜을 들었습니다.

협조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 해외 동포들이 애국가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이원수 노랫말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로 시작되는 '고향의 봄'이 홍난파가 친일했고 또 학생들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뺐다는 것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되는 우리나라 최초 동요 윤극영의 '반달'도 마찬가지 이유로 뺐다는 것입니다.

망년회만 되면 손에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 노래를 부르는 동포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요사이는 흘러간 동요 대신 최근에 곡을 붙인 용감하고 명랑한 창작 동요를 넣는 게 유행인데 홍난파는 친일한 음악가인데다가 '고향의 봄'이 아이들 정서와 잘 맞지 않아서 이 노래를 빼게 된 것이랍니다. 

'고향의 봄'을 교과서에 다시 집어넣어 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직접 보내자는 것입니다. 분명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드는 꼴이지만 버스가 승객을 놓고 간 사실을 알면 앞에 선 교통순경이 버스 운전사에게 돌아가서 승객을 태우고 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작곡자가 친일 했다고 빼면 춘원의 '유정' '사랑의 죄'도 빼야 할 것입니다. 육당의 '독립선언서'도 친일한 이유로 학생들이 읽어서는 안됩니다. 백범 말따나 일제 당시 이 땅에 사는 2천만 동포가 다 친일했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물리학을 얘기하며 아인슈타인을 뺄 수 없으며 언어학을 하며 춈스키를 뺄 수 없고 인상파 그림을 얘기하며 모네를 뺄 수 없으며 심리학을 이야기 하며 스키너를 뺄 수 없습니다.

이 '고향의 봄'이나 '반달' 같은 노래는 우리 민족과 같이 울고 같이 웃고 한 노래이지 않습니까? '창작동요 80년'의 저자 한용희의 말을 빌리면 "... '반달'이라는 동요에는 역사성이 있고 민족적 정서가 함축되어 있으며 겨레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집약성이 있다.

1924년 한국 최초의 창작동요 '반달'은 나라 잃은 백성의 마음을 달래 주는 듯 어린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두 애창하게 되었다... 1993년 5월 김영삼 대통령은 이달의 문화인물로 '윤극영의 달'을 설정하였다." 내 생각에는 '고향의 봄'도 해외에 사는 동포들에 있어서는 '반달' 못지 않은 민족의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외에 사는 동포들에 대한 진정은 간단합니다. 이 글을 읽은 즉시 청와대 www.president.go.kr 노무현 대통령에게 '고향의 봄'과 '반달'을  그대로 둘 것을 탄원하는 진정서를 보내기를 바랍니다.

이동렬 (이화여대 교수) dylee@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