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의 새해소망>브라질에서 안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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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들의 새해소망>브라질에서 안경자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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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난 4개월째 냄새를 맡지 못한다.  코감기가 이렇게 만들었다. 단층촬영한 필름을 들여다보던  젊은 일본계 의사는 돌아오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축농증도 조금 시작되었다며 그러나 일단 약을 먹어 보자는 결론이다.

그는 내 표정에서 뭔가 느낀 것이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얼른 그렇다고 했지만 난 교포의사에게 가서 자세한 얘길 들어야지 하고 이미 마음을 굳힌 후였었다.

   
▲ 안경자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 음식의 맛도 모르겠고 반찬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어요. 짠 맛, 신맛, 매운 맛은 다 느껴지는데도 냄새가 없으니까 맛은 존재하지 않더군요.

비로소 음식의 맛은 냄새로부터 온다는 걸 알았어요. 게다가 썩는 냄새는 물론 타는 냄새를 모르니 얼마나 불안한 지...  이런 얘길 다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닥터김은 축농증도 아니고 조금 기다려 보자고 하며 그 의사가 제대로 처방했으니 약을 먹고 열흘 후에 다시 오라고 하였다.
병원 문을 나서며 <갈증과 결핍>이라는 오래된 증세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하였다.

  2004년은 무섭게 갔다. 그 속도감은 나이 탓인가? 이 곳에서의 시간은 잘도 흐르는데 나는 여전히 브라질의 밖에 있다. 본국의 신문을 읽고 인터넷 여기저기를 유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과이다.

'야심만만'을 보며 그들의 재치와 유머를 즐기고 뉴스를 볼 때마다 화를 내기도 한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어쩌다 저렇게 상스럽게 되었나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언론의 호들갑에도 놀라고 그 천박함에 슬픔을 느낀다.


일전에 노대통령이 브라질 방문시 교포와의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분의 연설에 난 너무도 놀랐다. 혹자는 정답고 격의 없음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난 싫었다. 그 단어들, 그 어투, 친숙보다 내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대통령의 품위였고 조심스러운 예의였고 공부하는 태도였다.

그리고 간담회라고 해놓고 간담회가 없었던 것도 싫었다. 아무리 다음 행사가 중요했다해도   저를 만난 김에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 보세요. 병역문제, 재외동포 참정권, ... 듣고 싶은 말씀이 많으시죠? 사실  어렵게 만났는데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않고 간다면 되겠습니까? 브라질에 여러분이 있음으로 해서 제가 온 것 아닙니까?

대통령, 그런 정도는 합니다. 저는 단 30분만이라도 여기 여러분들과 있을랍니다. 

간담회는 없었다고 중얼거리는 나의 눈에 대통령 달변 확 쏟아 놓고 휑하니 떠나 버린 연회장에서 다른 이들은 사진 찍는다고 법석이다.

 약속 지키는 대통령, 약속 지키는 정치인, 약속 지키는 우리 나라 좋은 나라를 꿈꾼다.
 썽빠울로에서 안경자.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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