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화합에 발벗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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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화합에 발벗고 나서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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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올해의인물 / 장류보미르

러시아 이주 140주년 기념행사 성공적 개최
고려인에 희망 심어...한.러 교류증진 기여

올해의 동포인물로 선정된 러시아의 고려인 동포 장류보미르(45)씨는 지난해 말 고려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두마의원으로 당선돼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 러시아 내 유일한 고려인 두마의원인 장류보미르씨는 고려인 사회의 양대 동포조직의 화합을 이끌어내 러시아이주 14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로인해 고려인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고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었다.


하지만 장 의원이 올해 국내 언론들에서까지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정 전 의원 이후 고려인 의원이 탄생하지 못했던 러시아 사회에서 새롭게 당선되었다는 이유뿐 아니라 그가 고려인 동포 사회 단합과 한러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러시아 내에서도 그는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농업정책을 다루는 위원회를 이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촉망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두마의원 당선 이전부터 2차례나 주 의원을 연임하고 니즈니노보고로드 고려인 협회장을 지내며 동포 사회를 위해 헌신해 왔다.

현재 러시아내 고려인 사회는 양대 동포조직인 ‘고려인연합회’와 ‘러시아민족문화자치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고려인들의 전체적 화합을 유도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양 조직간의 화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장 의원은 의원 당선 후 양 조직 대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고려인 사회 화합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의원 당선 후 민족문화자치회의 세르게이텐 회장과 고려인협회의 조바실리 의원과 한 자리에 모여 통합과 관련해 논의하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등 고려인 화합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 한인회장 대회 참석차 방한했던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원 당선 후 작고한 유리텐 의원이 소속돼 있던 조직에서 그의 뒤를 이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고려인 중 유일한 의원으로서 한 조직에 힘을 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며 “향후 양 대표와 함께 고려인 사회 화합를 위해 힘을 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올해 러시아 이주 140주년 행사를 러시아 정부차원에서 위원회까지 구성해 대대적인 행사로 치르도록 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했다.

수많은 고려인들의 열망을 담아 러시아 정부측에 적극 의사를 전달하는 등 힘을 쏟을 결과 러시아 정부에서는 조직위원장에 장관급을 임명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고,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번 행사를 통해 러시아 내에서 고려인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을 뿐 아니라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며 높은 평가를 받은 데에는 장 의원과 수많은 고려인들의 숨은 노고가 담겨 있다.

한편 장 의원은 두마의원에 당선된 성공한 고려인이라는 화려함 뒤에 극도의 가난과 어려움속에서 희망을 일궈낸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연해주에 첫 정착을 했던 그의 조부가 그곳에서 성공해 부자가 되었지만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로 인해 모두 잃고 몰락했을 때 9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났던 그는 어린 시절 빵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만큼 가난에 허덕였다.

어렵고 힘든 생활속에서 자라난 그는 카잔대학에서 엔지니어 과정을 마친 뒤 1981년 아무 연고도 없는 니즈니노브고로드시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양파재배, 택시기사, 거리의 악사 등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용기를 내어 사업을 시작해도 보이지 않는 고려인에 대한 차별로 성공의 문턱에서 몇 번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던 그는 잠시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무심코 빵을 바라보다가 힌트를 얻어 제빵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하나씩 계획을 세워 실천해 온 그는 1990년대 초 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식량사정이 좋지 않았던 러시아에서 경영혁신을 통해 빵공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옐친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는 등 서서히 성공의 기로에 들어선 그는 의원이 되기 전까지 성공한 사업가로 명성을 높여 왔다.

현재 그는 니즈니노브고로드시 인근에 3개의 제분회사와 1개의 제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린덱 그룹의 회장이 되어 이 지역 밀가루 공급의 96%를 차지, 제빵업계의 대부로 불리고 있을만큼 성공했다.

이제 그가 그의 인생에서 그러했듯이 많은 고려인 동포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희망의 씨앗으로 또 고려인 사회와 본국과의 교류 증진에도 큰 힘이 되는 가교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김정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