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ATⅡ '제2외국어' 한국어 채택 40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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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ATⅡ '제2외국어' 한국어 채택 4000여명…
  • 연합뉴스
  • 승인 200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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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0 (토) 10:29 주간조선

미국서 ‘쭉쭉’… “한국어, 잘나가네~”

미국 SATⅡ '제2외국어' 한국어 채택 4000여명… 한국계·한국인 친구 둔 학생들에 인기


명문대학 등을 위시해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입학사정으로 중요하게 평가되는 SAT 시험 중의 하나인 SATⅡ 한국어의 응시생이 올해 가장 많은 수를 보여 새삼 한국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제8회 SATⅡ 한국어 시험의 응시생은 4000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한국어가 처음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채택된 1997년 첫 시험 때의 2500명에 비교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SATⅡ 한국어 시험의 응시자가 이처럼 증가한 것에 대해 LA에 소재한 SATⅡ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길옥빈)의 김지연 사무국장은 “SAT시험에서 한국어 응시생들의 평균성적이 높아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어 과목 응시생 중 3분의 2가 800점 만점에 750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한국학교로 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보유한 LA 소재 남가주한국학교의 한 관계자는 자녀들의 미국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한국인 부모들의 관심으로 저학년에 비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SATⅡ 집중 한국어반 등을 수강하는 한인 학생들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제2외국어 채택

한국에서는 대학과 사회가 고교 등급제와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두고 쌍방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학입학 기준 산정은 여러가지로 평가한다. 한국의 수능시험격인 SAT I(영어, 수학, 2006년부터는 작문이 포함된다)과 특별과목에 대한 능력평가인 SATⅡ, 그리고 학교 내신성적을 비롯해 학교 내 활동, 자원봉사활동, 추천서, 에세이 등으로 심사한다. 또한 각 대학은 자체적으로 별도의 인터뷰나 평가로 시험생들을 심사함으로써 서류상으로 나타나는 학생의 능력과는 별도로 서류상에 나타나지 않은 학생의 가능성 개발도 중요시하고 있다.

여기서 SATⅡ는 영어(논술, 문학), 수학, 역사·사회학, 과학, 그리고 제2외국어 등 5개 과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외국어 과목으로는 프랑스어, 독어, 현대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9개의 외국어가 선택과목이다.

SA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대학위원회(The College Board)가 1994년에 시험출제 제작경비 50만달러를 한인 사회로부터 지원받는 조건으로 한국어를 SATⅡ의 아홉 번째 외국어로 추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대학 당국이 한국어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동포 사회에서 모금운동이 일어났으며 11개월 만에 목표기금을 넘어서는 성공을 보여 1995년 한국어가 정식 외국어로 지정받았다. 그리고 한인 사회는 SATⅡ 한국어진흥재단으로 하여금 한국어의 보존과 보급을 위한 체계적인 사업활동을 하도록 마련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반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총 2만6000여명. 미국 캠퍼스 내 148개 외국어 중 15번째로 많은 수이다. 미국현대언어연합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 of America)가 최근 발표한 1998~2002년 외국어수업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어반 수강학생은 2만5717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는 4년 전과 비교해 16.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04년 2월 현재 미국 내 중·고등학교에 한국어반이 있는 학교는 미 전국 49개 학교에 154학급이며, 3842명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 수는 7년 전에 비해 무려 257%나 증가했다. 이들 학교들은 아직까지 한인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 집중되어 있지만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LA 코리아타운에 자리잡고 있으며 한인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는 LA고등학교의 지정희 상담관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국어반 수강자는 한인 학생들”이라며 “일부 비한국계 학생들은 부모나 본인이 한국인 운영 업소에 일을 하는 관계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택과목으로 다른 외국어반이 부족해 한국어반으로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한인 학생이 많이 재학하는 할리우드 지역 페어펙스 고등학교의 한국어 담당 윤요한 교사도 “대부분의 한국어 수강자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와 영어를 공용해 온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일부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한국어반을 택하는 경우는 한국인 친구를 두었거나 코리아타운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한국 문화를 가까이 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또 윤 교사는 “현재 동남아나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미국의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 학생들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학서 한국어 지위도 덩달아 상승

한편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일부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SATⅡ 한국어 시험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부모들은 자녀의 전공을 위해 한국어보다는 다른 학과목이나 외국어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중학교 정도까지 교육받고 온 학생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학생들보다 SATⅡ 한국어 점수가 월등히 높아 주말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인 학생들은 이를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학교들의 일부 관계자들도 SATⅡ 한국어 시험 지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실상 대학 진학 후의 한국어 실용도에는 아직까지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인 학생 중 한국학 관련이나 한국과 관련한 외교, 정치, 경제 등과 국제무역 전공을 택할 경우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 대학에서나 주류사회에서 한국어의 실용도가 높지 않아 SATⅡ 한국어 시험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어는 집이나 교회 등에서 한인들과 의사소통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차라리 자녀들이 영어를 더 잘하고 한국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를 택하는 것이 대학에서의 전공 공부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SATⅡ 한국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미 대학에서 한국어의 지위도 상승된다. 대학에서 한국어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한국어의 우수성은 물론 한국학 등 관련 학문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수강도 자연 증가하게 된다. SATⅡ 한국어 시험이 점차 인기를 모아가자 한국에서는 미주를 상대로 한 인터넷 사이트와 관련 교육 비즈니스도 덩달아 뜨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주 사회에서 SATⅡ 한국어 시험이 정착되고, 영어권 한인 2세들의 한국어 수요가 증대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LA=김지현 자유기고가(lia21c@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