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동포간담회, `동북아 EU식 통합실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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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동포간담회, `동북아 EU식 통합실현' 강조
  • 연합뉴스
  • 승인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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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6 08:53 송고

(파리=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 프랑스를 공식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오후(한국시간 6일새벽) 파리시내 르그랑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EU(유럽연합) 핵심국인 프랑스 혁명사와 EU 모델, 유럽식 경제모델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프랑스에 대해 각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국의 사회문화 개혁과 변화의 흐름 및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자세히 설명하며 350여명의 동포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데도 주력했다.

◇"프랑스 혁명은 인류가 발명한 역사중 가장 훌륭"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인류가 발명한 역사중 가장 훌륭했던게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이요"라고 말했다.

프랑스 혁명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배와 복종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신분제 사회에서 적어도 명분으로라도 3계급이 자유와 평등, 박애를 내세워 성공한 혁명"이라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혁명 이상을 다 성취하지 못했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또 하나의 발명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고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만한 역량은 부족한데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EU 모델'로 시선을 옮겼다.

◇"동북아도 EU식 통합 실현"
노 대통령은 "국가간 힘 겨루기가 지난 세기 엄청난 전쟁을 가져왔고 인간을 불행으로 몰고 갔지만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면 성공의 사례는 역시 EU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EU가 완벽하게 성공하면 그게 새 세계질서로 전세계에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랬을 때 우리가 가진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나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닥칠, 후손들이 부딪힐 역사가 어떤 것일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며 "인간이 스스로 과학기술 문명을 인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능력, 소위 도덕적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나는 EU를 굉장히 의미있게 보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우리도 (EU 모델로) 가자고 국민에게, 이웃 나라에 말하고 있다"며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꼭 확인하고 싶은게 EU의 미래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도 (이를) 실현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30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아세안+3 체제가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공동체(EAC)로 발전돼야 하고 이러한 정치적 모멘텀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개최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사회연대 가치를 존중하는 유럽식 경제모델에 대한 긍정적 측면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밝히며 "유럽이 지금까지 가꿔온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이번에 더 공부하고 싶다"면서 "프랑스 국민들이 추구해온 연대의 가치를 한국의 사고방식과 제도 속에 옮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줬으면 하는 희망"이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유럽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프랑스는 매우 중요한 나라다", "`참 품위있는 삶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아름답다"라며 이번 유럽 순방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문화강국' 프랑스와 유럽풍 건물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도 이제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해 준다"며 양국간 협력증진 흐름을 설명하고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프랑스가 추구하는 다원주의 질서나 다극적 균형질서를 추구하는데 한국이 의미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범갖고 평등하게 지배하는 시대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뭘 했냐고 물으면 `우리는 법치한다'고 말한다"며 "대한민국도 이제 힘의 지배, 어떤 권위의 무리한 비논리의 지배가 아니라 법과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로 간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도자 개인의 개성이 뭐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 규범, 공유하는 가치가 뭐냐가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규범이 지배하는, 평등하게 지배하는 시대로 간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민의 특권불용 의식을 지적하며 "내가 임기를 마칠 때쯤에는 원칙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말하거나 혹시 내가 누군지 알아달라고 은근히 자기 신분이나 지위를 내보이고 싶어하는 촌스러운 일들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주류 교체론
노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질서를 강조하면서 "지금 한국에 누가 주류냐. 옛날에는 주류라고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언제나 위에 있고 중심에 있고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실력으로 경쟁하는 많은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이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공정한 승부를 하려 하느냐, 변화를 수용하느냐는 사고방식이 새로운 시대 성공의 관건"이라며 "그렇게 성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국에서 이것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어떤 집권세력이 이를 거역하려 하더라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반드시 성공 확신"
노 대통령은 "연줄이나 반칙을 통해 성공하는 시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창의와 노력, 실력으로 경쟁해 성공하는 시장으로 간다"며 공정한 시장 시스템 확립을 위한 정책 의지를 강조하고 "한국경제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민과 기업의 혁신역량을 경제 성공의 첫번째 근거로 꼽으면서 "기업과 국민 모두 아주 빠른 속도로 혁신해 나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 성적은 우등생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진보의 속도는 세계 최고의 속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첫 인상 참 아름답다"
노 대통령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교민 등을 보고 국민소득 등 단순히 생각하는 수치는 프랑스 보다 훨씬 낮지만 사는 모습은 꽤 안정되고 품위있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러분을 만나 완전히 혼돈에 빠졌다"며 말했다.

노 대통령은 "유교사상,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회에서는 내면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보람있고 품위있는 삶이라고 생각해 물질적 번영, 풍요, 조형미를 통한 아름다움은 높이 치지 않고 소박하게 꾸며놨는데 유럽은 조형미, 음악 등이 화려하다"며 "전체적으로 받은 느낌은 아름다운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저는 파리가 첫 걸음인데 와서 보니까 참 아름답다"며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것만 품위있는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함께 느끼고 동조하며 산다는 것이 품위있는 삶의 아주 중요한 요소 아닌가 생각하고 우리도 좀 품위있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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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