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동포들이 직접 만든 이민 1백주년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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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동포들이 직접 만든 이민 1백주년 연극
  • 연합뉴스
  • 승인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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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멕시코 한인동포들이 혼연일체가 돼 전 제작 과정에 참여한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 연극작품 모노드라마 `굿나잇 코리아'가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연극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 가정주부, 자영업자 등 평범한 동포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 만든 이 작품은 27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강당에서 성황리에 펼쳐진 앙코르 공연 등 지난달 첫 공연후 모두 4번째 공연을 기록했다.

멕시코 반야 보리사 주지 일감(42) 스님이 연출을 맡은 것부터 시작해 보통 연극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참신함과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록 공연 장소는 협소했지만, 작품성이나 내년 5월로 이민 100주년을 맞는 교포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한국 연극을 감상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던 교포사회에서 이민 100주년을 맞아 5세대 이상으로 뿌리를 이어온 한인 이민 후손들의 정체성을 그린 연극 작품을 동포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연극계에서도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극단 실험극장(대표 이한승)이 2000년 창단 40주년 기념작품으로 공연한 `무화과 꽃'을 집필한 멕시코 체류 극작가 임용위(46)씨는 자신이 직접 대본을 썼음은 물론, 이 모노드라마의 배우를 자청해 혼신의 연기를 펼침으로써 동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공연장은 물론이고 무엇하나 제대로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조명에다 효과음악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며 이번 연극 공연을 위해 교포들이 들인 정성은 정말 눈물겨울 정도.

실험극장은 이번 공연에 격려의 글을 전해오면서 "서울공연을 추진하고 `굿나잇 코리아'를 100주년 기념문화행사의 초청 공연작으로 선정해 내년 5월 15∼25일 멕시코시티 및 메리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굿나잇 코리아'는 `억만'이라는 한국 이름이 멕시코식으로 바뀐 `오크만'이란 이름을 갖게된 한인 후손을 주인공으로 후손들의 정체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오크만은 버려지다시피 한 한국인의 후손으로서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운명처럼 한국인으로 다시 서고자 한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냉혹한 현실을 들어 오크만을 좌절에 빠뜨리게 한다.

연출을 맡은 일감 스님은 "오크만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한인 후예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고국과의 끝없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오크만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있음)

kimys@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