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내 군사훈련 거부투쟁 등을 벌이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93년 뉴욕 등 미 동부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현재 사무총장으 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가 강조하는 한인들의 정치력은 곧 투표율이다. 소수인종의 투표율은 누군가를 당선시킬 수는 없지만 집단적으로 반대투표를 해 누군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는 “각 정당의 후보들은 투표율을 보고 각 소수인종사회 등이 제시하는 정책을 받아들인다”며 “높은 투표율로 한인 사회의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정책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미 의회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내 60만명에 이르는 합법적인 시민권자 중 유권자 등 록을 해 투표권을 얻은 비율은 32%이고 이중 평균투표율은 15%에 불과하다. 유대계 78%, 베트남 34%, 흑인 40%, 중국인 38% 등에 비하면 현격하게 떨어진다. 김씨는 미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 인 시민권자들의 유권자 등록명부를 샅샅이 찾아냈고 이들에게 투표권 행사를 설득하고 홍보해왔다.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평균투표율을 2003년 23%까지 끌어올렸 다. 김씨는 “한인사회는 특정지역의 대도시에 밀집해 있어 집단 적인 힘을 갖는데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씨가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아직 미미하다. 70 ~80년대에 집중적으로 형성돼 외교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북한의 영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이유 아래 한국 정 부의 감독과 통제를 받아온 한인사회는 미국사회의 참여보다는 본국에서 인정받는 일에 목표를 뒀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국내 한인사회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끌 어야할 한인사회의 지도자가 본국의 정치무대에 진출하는 것 역 시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미국 내 공관은 한인들의 애로 사항을 직접 풀어주기보 다는 적절한 법률사무소 소개 등 해결 방법을 일러줘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줘야한다”며 “재외국민 참정권 부 여도 한인들을 미국 내에서의 권익옹호보다 한국 지향적으로 만 들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 다.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 미국 내 한인들에 대한 정책 배 려를 적극 요구해온 김씨는 “재외동포재단의 해외동포 정책은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과 중국 내 조선족들에게 만 치중돼 있다”며 “미국 내 한인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희연기자 m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