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경제 주춧돌 '한상'을 불러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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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경제 주춧돌 '한상'을 불러들여라
  • 한겨레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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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5일 하와이에서는 미주 한인 이민 100돌 기념식이 열렸다. 재외동포들은 세계 150여개 나라에 600여만명이 된다. 재외동포재단의 권병현(65) 이사장은 “이스라엘의 성공과 중국의 최근 경제발전 뒤에는 모두 세계에 뻗어 있는 유대인과 화교들이 있었다”면서 ”한국도 이제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재외동포들을 보다 관심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꾸준히 성장하고, 특히 새정부가 야심적으로 내건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인적·물적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민 초기에는 고생하다 이젠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이 태어난 하천에 돌아가고픈 연어의 본능이 되살아난 재외동포 기업가들은 정부와 국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누구보다 기꺼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의 권 이사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재단 집무실에서 만났다.

­재외동포들이 지니는 경제적 의미를 말한다면.

=새정부는 참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데 당연히 600만 재외동포도 참여의 주체다. 숫적으로 남북한 인구의 10분의 1 정도다. 특히 경제적 비중은 이보다 더 크다. 친구로 지내는 프레드 버그스텐이 소장으로 있는 국제경제연구소(IIE)에 재외동포의 값어치에 대한 용역을 준 바있다. 올 1월24일 국제경제연구소가 그 연구 결과를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바 있다. 우선 200만 재미동포들의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재미동포들의 1인당 자산가치는 미국 평균의 1.4배이며, 전체 재외동포의 자산가치는 한국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을 포함한 해외거주 동포 수가 늘어나면 한국의 수출과 수입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재외동포들의 경제적 가치를 언제 깨닫게 됐나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절감했다. 중국의 화교정책에서 배웠다. 마오쩌둥에 이어 덩샤오핑이 지난 1978년 집권하면서 개혁개방정책을 펴려 해도 외국자본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화교들에 착안했다. 그래서 장관급 부처인 화교판공실을 설립하고 화교청을 따로 만들었다. 화교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토지 주택 자녀교육 등 무슨 인허가든 원스톱서비스로 최대한 처리해줬다.

­한상(韓商)이라는 용어도 쓰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제1차 세계한상대회도 치렀는데, 중국 것을 본뜬 것인가

=그렇다. 중국은 지난 90년 싱가포르에서 제1차 세계화상대회를 개최했다. 화상대회를 만들어서 본국에 집단적으로 투자하게끔 했다. 한마디로 금의환향한 영웅으로 만들어줬다. 화교들이 처음에는 적은 돈 가지고 왔다가 나중에는 많은 돈 가지고 들어왔고 이어 가족돈 친척돈 외국돈까지 끌고 들어왔다. 최근 들어 화교 외의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왔는데도 아직도 절반 이상은 화교자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교포자본도 외국자본이다. 투자가치가 없다면 안들어 올텐데

=교포자본도 외국자본이긴 하다. 투자 환경이 열악하면 외국자본은 안들어온다. 그러나 교포자본은 다르다. 고려대 윤인진(사회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투자동기는 첫째가 투자가치이다. 그러나 두번째는 투자자의 연고이며, 세번째는 투자자 가족이나 자손 또는 친인척들의 연고지다. 중국의 경우 똑같은 조건에서도 화교자본은 들어왔지만 화교 외의 외국자본은 안들어왔다. 중국이나 한국같은 사회는 서구와 달리 인맥관계에 의해 투자 등 경제적 거래가 상당부분 일어나고 있다. 중국도 화교들이 먼저 들어와 자리잡아 놓은 뒤에 다른 외국자본도 투자환경을 신뢰하고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동포정책은 그동안 어땠나

=마오쩌둥식이었다. 3무정책이라고나 할까. 무관심 무정책 무대책이었다. 우리나라도 열악한 60년대 환경에서 외국자본 들어오려고 생각도 않았을때 한상들은 재외동포 위주로 들어왔다. 재일동포 중심으로 대구에 섬유산업이나 부산의 신발산업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무정책으로 방치하는 통에 대부분 사기를 당하며 다시는 투자 않겠다고 나간 이들이 꽤나 된다. 이후 모국에 대한 투자 유치가 많이 끊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로선 자원이 없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 외에 다른 대선공약을 실천할 자원도 부족하다. 물류 중심이니 금융 중심이니 논쟁할 게 아니라, 어디서 돈을 가져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외국자본 유치도 쉽지 않다. 중국 화교자본처럼 우리도 재외동포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동포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나갈 때는 돈 거의 없이 나갔지만 벤처정신을 살려 대부분 성공했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한상대회를 해보니 1억달러 이상의 자산가도 숱했다. 한번도 개발하지 않은 광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차 한상대회 때 실리콘 밸리의 정보기술업체인 앰벡스 회장 이종문씨가 사회를 봤는데, “돈 벌었지만 살찐 돼지같이 우리만 호사하며 살면 무슨 보람이 있느냐. 벌어놓은 재산은 그만두면 75%가 상속세로 넘어가고 다음 세대에는 현지화돼 버린다. 어지간하면 본국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경제공동체 구상에는 경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반도와 한·중·일 평화정착 구상도 포함돼있다.

=타당한 구상이다. 재외동포재단의 주요한 사업도 한민족문화공동체대회 등 경제를 넘어 역사와 전통과, 말과 글을 통해 한민족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일이다. 그러려면 이른바 풀이 있어야 한다. 풀의 중요한 요소는 피다. 그러나 또하나가 필요하다. 돈이다. 중국에서도 증명이 됐다. 서로 이익이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가 다 있어야 한민족공동체를 이루고 평화도 보장된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날 서울에서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해외동포 정책포럼’을 했는데

=새정부의 참여 정신과 새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구상에 재외동포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동북아경제중심국가에서 재외동포기업가, 이른바 한상들이 나름의 몫을 하겠다는 결의도 했다.

재외동포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건의도 했다. 재외동포재단을 지금의 국무총리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고 교민청 같은 행정부서도 만들어야 한다. 참정권 문제도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 때 없어진 재외국민들의 투표권이라도 우선 부활해야 교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새정부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의 세부공약으로 한상네트워크 구축을 밝힌 것은 그래서 희망적이다.

­재외동포재단이 앞으로 할 일은

=올해 10월6일 제2차 한상대회를 치른다. 이번에는 의례적인 차원을 넘어 실제로 비즈니스를 할 공간을 만들겠다. 투자박람회를 열어 벤처는 벤처, 정보기술(IT)은 정보기술, 직능단체는 직능별로 연결을 시킬 것이다.

또 지난달 26일 재외동포재단 안에 한상대회 본부사무국을 설치했다. 여기서는 다음 달까지 사이버한상네트워크 개설을 마칠 방침이며, 한상비즈니스센터 건립도 추진할 것이다. 오는 7일에는 부산시와 한상간에 인력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부산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기르기 위해 후보자를 굴지의 한상들에게 보내 인턴십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호남과 경기쪽으로 확대할 것이다. 각종 사업을 통해 한상과 인맥을 넓히고 한상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며, 한상들이 모국에 애정을 갖고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처럼 한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편집 2003.03.03(월)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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