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개혁 곳곳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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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개혁 곳곳 암초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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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반발로 공관장 30% 민간 채용등 '후퇴'

정부혁신위 한발 물러선 개혁방안 발표
외교부 개혁안에 역행하는 발언, 인사 파문

   
▲ 6년만에 열린 4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외교통상부 최영진 차장, 위원장 이해찬 총리, 재외동포재단 이광규 이사장등)

1년여의 진통끝에 확정 발표된 외교부 개혁방안의 실질적 시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논의 과정부터 계속돼 온 외교부의 반발이 개혁안 발표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외교통상기능조정회의를 열고 확정 발표한 '외교통상기능 강화 방안 확정안'은 재외공관장 개방, 신분보장제 및 대명퇴직제 폐지, 외무고시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혁신위와 외교부간에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재외공관장 개방 문제는 전체 공관장 중 30%를 민간 전문가 채용으로 대체하려던 방안이 외교부 반발로 무산, 점진적으로 개방해 가기로 결정됐다.


모든 공관이 개방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되 임용시마다 인재풀 등을 고려, 개방대상 공관, 개방 비율 등을 결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외교부에 별도의 선정·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


공관장 이외 직원 선발 역시 인재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언어별, 지역별 전문가를 수시로 채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외무고시는 폐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또한 다른 부처 공무원에 비해 과도하게 보호받는 고위직의 신분보장제와 1년간 대기 발령이 가능해 편법적 인사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대명퇴직제 폐지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개혁안 논의 과정에서부터 발표 후까지 실질적 시행에 대한 부정적 반응들을 내비춰 향후 제대로 시행될 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정년 퇴임을 앞둔 전 주캐나다 대사를 주이라크 대사에 내정하고 절차를 밝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외교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하루 전인 8일 반기문 외교부 자관이 공관장 보임 횟수를 2회 이내로 제한하고 정년을 감안, 부임 후 2년반 정도 근무할 수 없을 때에도 공관장 보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이라크 대사 내정자는 이미 두 차례 대사직을 역임한데다 당초 내년 상반기 정년퇴임이 예정돼 있어 단 하루만에 말과 다른 인사조치가 밝혀진 셈이다.
또한 개혁안 발표 후 외무고시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언어, 지역별 전문가 특채 비율을 늘린다는 것일 뿐 당장 고시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체할 새로운 제도 마련시까지 외무고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내에서도 "어렵게 고시공부를 해 외교부에 들어왔지만 아무런 특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가 이와같이 이번 개혁안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자 외교부의 개혁 작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개혁안에는 원칙에 대한 일부 예외조항들이 있어 외교부가 강한 개혁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일례로 본부 차관보 이상의 직위를 지낸 사람은 공관장 2회 제한, 정년초과 직위 폐지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이번 주이라크 대사 내정자도 이와 같은 예외이기에 특혜 시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1급 이상 고위직의 경우 재외공관장 부임 후 본부에서 보직을 받지 못해도 1년이상 무보직으로 대기할 수 있는 대명 퇴직제도 폐지 항목 역시 마찬가지다. 공관장을 지낸 후 본부에서 별다른 보직을 받지 못해도 자치단체 파견이나 특정 임무를 부여받으면 대명으로 인정되지 않게 돼 있다. 대명제가 폐지되더라도 본부 보직 없이 버틸 수 있는 예외조항인 셈이다.


이처럼 강력한 외교부 반발로 크게 퇴색된 개혁안, 또 그 개혁안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외교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