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
편집 : 2019.5.20 월 18:09
오피니언
[법률칼럼] 불법 사설환전과 보이스피싱 (2)
강성식 변호사  |  dongpo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26  11:41:5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그 당시 변호인으로 입회하면서 수사관이 가지고 있는 기록을 일부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A의 휴대폰에서 나온, A와 B가 환전기간 동안 대화한 위챗 메신저 대화내역이 상당량 있었다. A는 그 내용 중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수사관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하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수사관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같이 붙잡힌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진술도 들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조사가 끝난 후에도, 수사관은 별다른 언급 없이 계속해서 A에게 자백할 것만을 종용했다.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도 특별히 A의 가담을 확신할만한 진술을 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수사관은 굴하지 않고 A는 유죄가 확실하다며 A를 혼내고, 자백을 종용했다.

변호인으로서는 A의 억울함을 계속해서 주장했지만, 수사관은 막무가내였다. 변호인이 마지막으로 믿었던 것은, 최종적으로 처분을 결정할 검사라면 증거들을 종합하여 볼 때 A의 억울함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국 검찰에서는 A가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A를 사기죄로 처벌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기소)하였다.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서, 경찰과 검찰에서 A를 조사한 내용이 포함된 사건기록을 받아볼 수 있었다. 변호인은 도대체 검찰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A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변호인과 A에게 보여주지도 않은 증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샅샅이 기록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특별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존에 수사관이 제시하였던 위챗 대화내역 일부에서 A가 B를 ‘따거(大哥 : 형)’라고 부른 사실이 있는 점, A가 B에게 환전장소와 관련하여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라거나, ‘감시망을 피해야 해’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있다는 점, 그리고 A와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 다른 공범들이 A도 가담한 것 같다고 막연히 진술한 점 이외에는 A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오히려 위챗 대화내역을 살펴보면 총 2주 정도에 걸쳐 상당히 많은 내용의 대화들이 오고 갔지만, 그 중 보이스피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A와 B는 환전수수료와 관련하여, 10,000원 당 0.1위안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다투는 등 정말로 환전만 해주려는 사람이 나눌법한 대화들만을 나누었다.

답답한 마음에 변호인은 법정에서 A가 무죄라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A가 실제로 따이꺼우를 하며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을 제출하였고, 위 위챗 대화내역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보이스피싱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다른 공범들을 모두 증인으로 불러 A와 B간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였고, ‘따거(大哥 : 형)’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A와 B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였으며,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라거나 ‘감시망을 피해야 해’라고 이야기한 사실은 불법환전 단속을 염려하였던 것뿐이라고 설명하였고, 약간의 환전수수료만을 받고 보이스피싱이라는 위험한 범죄행위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였다.

결국 법원에서는 A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A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서는 무죄라는 점을 밝혀주었고, A는 약 6개월 만에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A의 환전행위 그 자체도 불법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감옥생활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받기는 어려웠다. 검찰에서 조금만 주의 깊게 사건 기록을 검토했더라면, A가 억울하게 감옥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지 않고, 불법 환전에 대한 가벼운 처벌만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다만, 이와 같은 사건에서의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큰 피해를 본 국민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한 명의 범죄자라도 놓칠 수 없다는 심정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불법 사설환전은 언제든지 보이스피싱과 관련되어 중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과 동포들도 어떠한 형태로든 불법 사설환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강성식 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열...
2
[역사산책] 세종대왕과 단군세기의 특별한...
3
블록체인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타다’ 캄...
4
태국 중등학교 파견 한국인 교원 연수
5
애틀랜타서 ‘제9회 마스터 김 태권도 대...
6
대한장기연맹 아르헨티나지회 발족
7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11기 입주...
8
뉴욕 한인이민사박물관 초대 관장에 김민선...
9
미 연방의회서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
10
국기원, 캄보디아 프놈펜 헌병대에 태권도...
오피니언
[역사산책] 세종대왕과 단군세기의 특별한 만남
세종장헌대왕 실록 제1권, 즉위년(1418년) 기사“세종장헌대왕의 휘는 도(祹)요, 자는
[법률칼럼] 미등록 이주아동과 출생신고 (2)
그런데 위와 같이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는 것은, 한국
[우리말로 깨닫다] 엄마, 어머니, 엄마
철이 든다는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 철이 드는 게
한인회ㆍ단체 소식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11호(내수동, 대우빌딩)  (주)재외동포신문사 The overseas Korean Newspaper Co.,Ltd. | Tel 02-739-5910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0129 | 등록일자: 2005.11.11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1 재외동포신문. The Korean Dongpo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ngpo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