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대표작 ‘세기말 2’ 29년 만에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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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대표작 ‘세기말 2’ 29년 만에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부활
  • 정소영 기자
  • 승인 2018.12.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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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가 지원해 작품 복원만 7년 소요···그 외 50년간의 현대 아트를 총망라 한 70여 점의 작품 선보여

▲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 “Programmed: Rules, Codes, and Choreographies in Art, 1965-2018”가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내년 4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50년간의 현대 아트를 총망라해 약 70여 점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사진 KF)

한국국제교류재단(이하 KF, 이사장 이시형)이 지원하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 “Programmed: Rules, Codes, and Choreographies in Art, 1965-2018”가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내년 4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50년간의 현대 아트를 총망라해 약 70여 점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백남준의 대표작 ‘세기말 2(Fin de Siecle II)’로 미술관 관계자는 이를 전시 기획 주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았다. 총 207개의 브라운관TV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며 기술과 이미지의 결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이기 때문이다.

1989년 휘트니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29년 만에 같은 장소에 다시 전시된 동 작품은 복원에만 총 7년이 소요됐다. 복원작업을 담당한 시청각 전문가 리처드 블로스(Richard Bloes)와 예술품 복원 전문가 라인하드 벡(Reinhard Bek)에 따르면 첫 5년은 작품에 적합한 브라운관TV 및 콘솔을 세계 각지에서 수집․테스트하고 설치 예산을 확보하는데 소요됐다. 이후 2017년 8월 경부터는 스크린에 입혀질 영상을 프로그래밍하고 207개 스크린 각각을 조정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진행됐다.

특히 블로스는 작품의 재설치 과정을 ‘설치’가 아닌 ‘부활’로 표현했다. 그는 “이 거대한 작품은 그동안 미술관 작품 창고에 잠들어 있었다. 전시될만한 상태도 아니었고, 지난 29년간 제대로 된 형태로 전시된 적이 없었다”라며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전시 직전에는 총 8명의 기술자와 예술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Fin de Siecle II’의 재전시를 위해서는 복원 자체를 위한 실질적 노력뿐만 아니라 철학적 선택도 필요했다. 전시가 불가능해진 원작의 브라운관TV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답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백남준 작가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염두에 두고 원작과 동일하거나 가장 비슷한 브라운관 207개를 하나하나 확보해 나갔다.

블로스에 따르면 한 전자업체의 경우 ‘영원히 마지막이 될 모니터’라며 브라운관 TV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는 새롭게 복원된 작품을 본 소감을 “꿈만 같다”고 표현하며 전시기간 중 작품 유지 관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브라운관의 특성상 각종 먼지가 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남은 전시기간 동안 먼지를 털어내는 등의 유지보수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행운을 빌어달라”고 답했다.

‘Fin de Siecle II’ 설치를 지원한 KF 이시형 이사장은 “현대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휘트니미술관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작품을 부활시키는 대대적인 작업에 KF가 일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언급하며,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적으로 급성장 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서도 뛰어난 나라임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2019년 4월 14일까지 계속되며, 오는 1월 31일에는 ‘Fin de Siecle II’ 작품 복원 프로젝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도 열릴 예정이다.

▲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사진 KF)

∎ 전시 홈페이지(https://whitney.org/exhibitions/program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