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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슬람 신 한류를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들
양상근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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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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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근 이집트한국문화원장
십여 년 전, 중동지역에 부는 한류열풍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사막의 모래폭풍 보다 뜨거운 한류’, ‘히잡 쓴 사막의 한류부대’ 등의 기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사실일까 반신반의 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특히 중동지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이슬람이라고 하는 문화적 이질감이 크기에 한국문화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아랍문화의 중심, 이집트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원장이 됐다. 그동안 근무해 오던 곳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해외문화원,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중동국가까지 먼 길을 찾아오게 된 데에는 그동안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었던 예전의 궁금증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 나라에서 한국문화를 홍보하며 보낸 지난 9개월은 이 지역에서 한류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류의 본국 국민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먼저, 이집트에서 한류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2004년 드라마 ‘가을동화’가 최초로 이집트 TV에 방영되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고, 이후 방영된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범세계적인 K-Pop 열풍에 힘입어 이집트에는 젊은 층, 특히 여성 중심의 많은 한류 팬들이 자리 잡게 됐다.

이 지역 한류의 역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잘 성장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이 나라 한류의 주된 수요층인 여성들은 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대외활동에 상대적 제약이 있음에도, SNS를 통해 팬클럽을 조직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며 한류를 키워왔다. 이제 이곳의 한류 팬클럽 회원들은 SNS 상에서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K-Pop 이벤트를 개최할 만큼 또 하나의 한류 지원군으로 우뚝 성장해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지역 한류 팬 대부분은 그들이 동경하는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이 나라에서 K-Pop 콘서트 한번 본적이 없다. 그저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구해 함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현지의 국악 동아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왠지 이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우리가 미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것들을 그들은 그토록 갈망하며 배우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고 하나라도 더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다행히 요즈음은 한국문화 홍보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각 분야별로 한국문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졌다. 한국에서 K-Pop 보컬 및 댄스강사를 직접 보내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국립국악원에서도 전문강사를 파견해 전통음악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한국음식 요리강좌 역시 높은 경쟁률 속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사업은 이제 더 이상은 한류 팬들이 독학으로, 열정만으로 한국문화를 갈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그들을 든든한 한류의 지원군으로, 동반자로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뭔가 아쉬움이 남아있다. 문화행사를 할 때마다 짧은 K-Pop 소개영상을 보기만 해도 강당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지르는 그들에게 이제는 진짜 K-Pop 스타를 보여주고 싶다. TV에서, 유튜브에서만 보던 아이돌을 이 나라 한류 팬들도 직접 만나보고 감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K-Pop은 이제 단순한 문화산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 속에 드높이는 중요한 공공외교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집트와 같은 K-Pop 공연 사각지대에 있는 국가들에게도 전략적 차원의 이벤트를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간다면, ‘모래폭풍 보다 뜨거운 한류 바람’이 더 크게 결집될 수 있을 것이다. BTS 공연의 성공 스토리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일기를 기원해 본다.

※ 양상근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 : 국무총리실에서 정책조정, 규제개혁, 정부업무 평가 등의 업무를 역임하고 2018년 2월부터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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