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줄이고 입양인들 지원, 포용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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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줄이고 입양인들 지원, 포용 방안 마련해야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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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현황과 대안

국내입양 장려, 동포사회에서 입양인 포용 필요

동포사회에서 입양인 및 가족 끌어안기 나서야

지난 8월 5일 국내에서는 '2004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열렸다. 세계 14개국에서 430여명의 성인 입양인들이 고국을 찾아와 참석한 입양인 대회는 아쉽게도 다음 행사를 기약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순수민간 단체인 입양인연대에서 다음 대회 개최 여부를 아직 고심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입양인 대회를 맞아 현재 해외입양 현황과 향후 대안에 대해 논의해본다. <편집자>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입양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일주일간 대리모 역할을 하는 코너를 만들어 입양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최근에는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한 '아일랜드'라는 드라마까지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입양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올해가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954년 이승만 정부가 보육원 동의 없이도 해외 입양을 할 수 있도록 '고아·양자 특별조치법'을 만들며 시작된 우리나라의 아이들의 해외입양은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활발히 진행돼 왔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떠난 해외 입양아 수는 총 15만 2천7백86명이다. 하지만 비 공식적으로 입양된 아이들 수까지 합치면 20만명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부터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가 90년대 들며 다소 감소되는 추세를 보였지만, 줄어들었다 해도 그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지난 3년간 한해에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의 수는 평균 2천3백여명에 이른다. 이는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세계 4위'의 수치로 여전히 한국은 해외입양 대표국인 셈이다.

수수방관하는 정부 '한심'

정부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까지의 모습에서는 별다른 대책 마련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섣부른 성행위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대폭 증가하고 있는 미혼모들의 시설만 보아도 문제는 심각하다.
미혼모 시설에서는 현재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어린 미혼모들은 기댈 곳을 찾아 들어간 미혼모 시설 입소와 동시에 아이의 입양을 권유받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전 TV 시사프로그램에서 고발했던 것과 같이 국내에서는 어린 미혼모, 미혼부들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서도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을 받을 곳이 없기 때문에 결국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곳곳의 입양 관련 단체들이나 전문가들이 늘 지적해 오던 국내의 혈연중심의 사회 문화,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전무한 상태이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입양을 원하는 가정에 대한 기준조건을 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입양이 적다는 것을 핑계삼아, 아이에게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논리로 해외입양을 계속하는 것은 몰지각한 처사라고 꼬집는다.
김성이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국내의 인식개선 운동과 함께 정부에서는 국내입양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혼모나 편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입양 촉진을 도모하는 것 이전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포사회에서도 입양인 포용해야

더 이상의 해외입양을 막는 방안 모색과 함께 더욱 중요한 일은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 성인이 된 입양인들을 껴안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다.
이번에 열렸던 입양인 대회는 순수 민간 단체에서 추진하고 재외동포재단이 재정적 지원만을 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 입양인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한 입양인 관련 단체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 중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아이들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많은 이들이 눈, 머리색 등 모든 것이 다른 외국인들 사이에서 차별받으며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소수의 입양인들은 자신의 조국인 한국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입양 반대 운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아이들의 해외 입양 후 정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사후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전 세계 곳곳에 형성돼 있는 재외동포 사회에서도 한인 커뮤니티 속에 입양인들을 적극 참여시켜 함께 포용해 나가야 한다.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아직까지 동포사회에서는 입양인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입양인과 그의 부모들 모두 한인사회속으로 끌어들여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해외 입양 줄이기와 동시에 현재 입양돼 나가있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애정과 적극적 지원이 모두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더 이상 '아이를 팔아먹는 나라'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도록, 입양인 된 아이들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