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의혹’ … 시간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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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의혹’ … 시간만 지났다
  • 내일신문
  • 승인 2004.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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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 한달 정부조사 미흡 … 국회 청문회에 관심
[내일신문 2004-07-23 12:33]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렸던 고김선일씨 피살사건이 22일로 한 달이 됐지만 각종 의혹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외교부 자체조사가 진행됐고, 감사원 감사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속시원히 밝혀진 내용은 거의 없다.

피살 한 달을 맞이하면서 다시 그의 죽음을 되새기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엽기적 살인사건과 NLL 공방,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 등 새로운 뉴스에 가려졌지만 고김선일씨 죽음은 여전히 국민들 속에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 생은 한국 아닌 데서…” = 비록 많이 줄어들었지만 인터넷에 마련된 선일씨 추모카페에는 아직도 네티즌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마련한 사이버분향소에는 22일 새벽까지 14만 5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헌화했다.

최근 게시물 중엔 고인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또한 20일 필리핀 인질이 무사히 석방된 소식과 함께 더욱 안타까움이 커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인지상정이다.

고인이 사망 한지 한 달이 되는 22일엔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했다.

‘v3609’라는 네티즌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너무 안타깝고, 지켜드리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라고 말했고, ‘fanyul’이라는 네티즌은 “아저씨 살려드리지 못한 거 정말 가슴에 한이 됩니다. 하늘에서 활짝 웃어주세요”라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thgus203’라는 네티즌은 “당신의 고통을 내가 받을 수는 없지만 꼭 새로운 곳에서 다시는 죽지 않을 곳에서 태어나시길 바랍니다”고 기원했고, ‘sting_v’씨도 “다음 생에는 부디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달 동안 밝힌 새로운 사실은=이런 흐름과는 전혀 별개인 것이 있다. 선일씨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다. 그간 정부차원에서 다각도로 진상규명을 벌였지만, 국민들 맘에는 흡족하지 않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무엇이 어떻게 진행돼 선일씨가 죽음에 이르렀는지 여전히 모호하다.

외교부 자체조사가 모자라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 중이지만,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피랍시점, 정부와 미군의 사전인지 가능성, 그리고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협상과정 등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김천호 사장에 대한 네 번째 소환조사를 마쳤다. 감사원은 김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번 사건의 핵심의혹인 ‘정부의 사전인지설’을 사실무근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외교부 자체조사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새로 밝혀진 것은 없는데 의혹은 점점 더 커졌다.

논란을 빚었던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간에 돈거래 사실 공개가 대표적이다. 주이라크 대사관은 지난 4월에 5만, 6월에 1만 5000달러를 김 사장으로부터 빌렸다. 국가 기관이 개인 사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웬만한 친분을 넘어서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정도 친분인데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과연 대사관이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김 사장이 대사관에 알리지 않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다는 대사관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외교부에도 특별한 책임이 없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또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관계부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교논란으로까지 번졌던 미국 AP통신과 외교부의 전화공방에 대해서도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정부측 태도다.

그러나 지난 20일 AP통신은 공식 답변서를 통해 외교부 공보관실 등에 김선일씨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3번이나 피랍사실을 물어봤다고 밝혔다. 새로운 논란거리만 보태진 셈이다.

여기에 진상조사를 김천호 사장 진술에만 의존하면서 미군 측 관여여부나 종교적 배경 등 다양한 차원의 조사에 한계를 드러냈다.

◆마지막 기대 ‘국회’ = 감사원 조사와는 별개로 국회도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으므로 이젠 국회차원의 진실규명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7월초 합의로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했으며, 국정조사계획서도 통과시켜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개로 특위는 이라크 현지 조사를 위해 별도의 조사단을 바그다드로 파견하기도 했다.

조사단은 22일 귀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현지조사단도 정부 조사를 뒤엎을 만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다는 자체결론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도 결국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 마무리 되는 최악의 수순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특위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 동안 기관보고를 진행중이다. 오는 30일과 다음달 2, 3일에는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특위는 22일 김천호 사장 등 증인과 참고인 50여명을 선정했다.

선일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어디에서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 기대가 국회 청문회인 셈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