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청계천 아직 끝나지 않은 꿈
상태바
<책소개>청계천 아직 끝나지 않은 꿈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7.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이 보이는 창 ‘마지막공간’

‘해질 무렵 노점상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서 낡은 나무 책상을 쪼개 모닥불을 피워놓고 삼겹살에 막걸리, 소주를 한잔하면서 생활을 나누는 곳, 황학동은 도시주변의 정서와 농촌의 정서가 묘하게 섞인 마지막 공동체였다.’

청계천 사람들의 삶의 기록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이 펴낸 ‘마지막 공간’은 섬뜩하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삶을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한 장한장은 편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인 청계천 사람들은 근현대를 넘나들며 토악질하던 삶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삶의 창을 여는 문학교실’ 중 르뽀 문학교실 강좌를 기획하면서 모임팀과 수강생들의 공동작업으로 시작된 청계천 르뽀 작업은 2003년 9월부터 10개월동안 진행됐다. 팀원들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이 보여주는 사회에 대한 깊은 시선과 직접적인 구술의 마이크로적인 생생함을 결합시키려 노력했다. 청계천 현장 사람들의 몸짓, 시선, 어투, 표정, 심리 등 메시한 것까지 잡아내려 애쎴고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필진들은 청계천을 걸으며 근대와 현대가 주는 부재와 결핍을 보았다. 밀리오레 상인 가제웅씨는 말한다. “복지시설이요? 그런 건 전무하죠. 애초부터 고민자체가 없어요.”라고.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복지냐는 반문이다. 쇳가루를 마셔가며 일하는 공구상가 사람들은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다방에서 커피마시고 좁은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게 복지이고 문화의 전부다.

‘어제가 행복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는 황학동 노점상 아저씨의 말처럼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사라진 것의 소중함, 아픔을 깨닫게 될 것이다. 흘러간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책한권이 있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황학동, 러시아타운, 평화시장, 광장시장,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