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공관, 한국인 교통사고 안이한 대처 `비난'
상태바
加공관, 한국인 교통사고 안이한 대처 `비난'
  • 연합뉴스
  • 승인 2004.07.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4/07/12 11:54 송고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캐나다 밴쿠버총영사관(총영사 박종기)이 지난
1일 캘거리에서 일어난 한국인 단체관광객 교통사고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재외국민 보호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동포신문 `코리아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캘거
리 시내 남서쪽 6-7번가 교차 지점 건널목에서는 한국인 19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경
전철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탑승객 중 8명은 갈비뼈와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후
송, 입원했다. 캘거리 의료당국은 사고 직후 대형 재난사고 경보인 `레벨 2'를 발령
했고, 캐나다 전국지인 `글로브 앤 메일'과 지역신문 `캘거리 선', 동포방송 `얼TV'
는 사고를 크게 보도했다.

밴쿠버 총영사관 한상진 영사는 12일 "사고 발생 소식은 2일 오전 8시30분 얼TV
와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며 "즉각 캘거리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지
만 이미 사고는 수습된 상황이라 사고현장인 캘거리시에는 가지 않았다"고 연합뉴스
와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그러나 사고 이틀째인 3일 갈비뼈 4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홍옥자씨는 병세
가 악화돼 남편 오원수씨와 함께 록키뷰 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병원측이 환자들에
게 치료비를 요구해 환자들은 치료비를 낼 수 없다며 항의하는 등 사고는 수습되질
않았다고 현지 교민이 전했다.

한 영사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 조치된 상황과 10여 명은 계속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현지 한인회장에게 상황을 계속 파악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고 덧붙였
다.

외교통상부 영사과 관계자는 "지난 2일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고 공관에서 처리
를 잘하라고 지시했으며, 보고 후 영사관의 조치사항이 들어온 것 같다. 확인해 보
겠다"고 대답했다.

코리아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갈비뼈가 부러진 송지문(70)씨는 "우리는 캐나다
에서 동물 취급을 받았다.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 12시까지 있
었다. 피가 나고 뼈가 부러진 환자들이 응급 처지라도 받기를 원했지만 언어소통이
안 되는 우리를 아무도 치료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현지 신문과 방송에서 큰 사건으로 보도됐는데 누구도 우리를 성의껏
도와주지 않았다"며 "이역 땅에서 불의의 사고로 다친 우리를 대한민국 영사관도,
한국사람 누구도 찾아와 도와주질 않아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손가락 5개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상부씨의 남편 장성천(70)씨는 "해
도 너무했다. 아파서 정신없는 환자를 버스에 싣고 1시간 정도 걸리는 캔모어까지
데리고 갔다. 영사관으로 데리고 가 달라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현지에 영사관이 없
다며 막무가내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중상자인 이광자씨는 "2일 오전 캔무어 숙소로 찾아온 보험회사 직원이 보상을
받으려면 국제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선임해 법적 절차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해 더욱
난감했다"고 말했다.

사고소식을 접한 현지 동포는 "유학생과 방문자 등 사고가 있을 때마다 적절한
대우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이제는 외교정책적인 차원
에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중상자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병원쪽이 알선한 재미동포 통역사와 전
화로 통화 해가며 부상이 심한 환자 순으로 엑스레이 촬영과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재외공관은 재외국민이 여행 등 현지에서 사고를 당하면 직원을 파견해 신속하
게 현지 경찰 등과 협조해 사고를 수습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밴쿠버 총영사관은 사고 발생 19시간만에 사고소식을 TV를 통해 접하고
재외국민보호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한인회장에게만 전화를 해 사고상황과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안이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ghwang@yna.co.kr

(끝)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