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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한국어-크메르어사전 출간한 교민 김우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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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한국어-크메르어사전 출간한 교민 김우택씨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7.2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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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캄보디아 정착, 힘들게 크메르어 공부하는 이들 위해 지난해 출간

▲ 김우택 사장이 자신이 4년여 간 공을 들여 만든 한국어-크메르어사전을 들고 있다 .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독학으로 공부해 한국어-크메르어 사전을 만든 교민이 뒤늦게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여행사를 운영중인 김우택 사장이다. 이 나라에 정착한 지 어언 9년이 된 그는 캄보디아 출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사전 한권을 출간했다.

그가 한국어-크메르어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정착한지 4~5년쯤 되었을 때다. 정착 초기만 해도 변변한 사전 한권이 없어 크메르어를 공부하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을 가진 그가 어느 날 불쑥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돈보다는 자신처럼 힘들게 크메르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그동안 혼자 공부하며 쌓아놓았던 자료들을 창고와 컴퓨터에서 뒤져 다시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밤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매일밤 하루도 거루지 않고 단어들을 정리해놓은 것이 훗날 결혼하고 돌아보니 사전으로 손색이 없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모아둔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고 틀린 내용이나 오자는 다시 교정하는 작업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했죠.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크메르어 단어에 가장 적당한 한글표현을 찾는 일이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에겐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제 아내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간신히 기초작업을 마무리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어요.”

대략 1년쯤이면 완성될 것으로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작업들이 세상에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오직 사전 한권에 쏟아 부은 그의 노력과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그 흔한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순전히 독학으로 일궈 낸 결실이라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출신 부인을 둔 덕에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평생 몸에 밴 학구열에 그만의 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감히 꿈도 꾸기 힘들었을 작업이다.

전북 군산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양대 자동차공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터라 그를 아는 지인들은 평소 ‘김사장’ 대신 ‘김박사’라고 부른다. 농업전문가답게 코피아(KOPIA)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편집장을 맡고 있다. 캄보디아 전역의 농장과 농업관련기업들을 돌며, 농업기계 및 생산기술과 관련된 컨설팅업무도 부업삼아 하고 있다. 그는 과거 한인회 총무이사로 일한 적도 있다.
 
▲ 최근 클래식콘서트장에서 우연히 만난 김우택사장 부부. 한국-크메르어사전을 출간한 김우택사장은 캄보디아출신 아내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사전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내를 자랑했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자기소신이 강해 평소 주변에서 고집이 좀 센 편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대할 때 늘 편안하다. 나이 오십을 넘어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넓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여하튼,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를 안다면, 매사 모든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굉장히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란 것을 부인할 사람은 교민사회에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는 사전을 만드는 힘든 과정을 거친 뒤가 되서야 비로소 인생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5년 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서 사람이 됐다고 할까요? 그 이전까지는 최고학벌에 박사라는 자부심 때문에 늘 머릿속엔 ‘나는 모든 최고’라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어요. 현지인은 머릿속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가슴이 무척이나 넓다는 걸을 알게 됐죠. 그때서야 겸손이란 단어를 배우게 된 거죠. 사실은 이 모든 게 제 사랑하는 아내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저는 지난 5년간 아내와 떨어진 적이 없어요. 어쩌면 팔불출일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그는 인터뷰중 상당 시간을 할애해 사전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건 자신보다는 순전히 아내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승-전-아내’였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진짜 팔불출임에 틀림이 없다. 

 그가 크메르어-한국어사전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현지사회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됐다. 현지신문 등 주요언론들도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크메르어사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여러 차례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사전은 현지 서점과 교민업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크메르어를 공부하려는 교민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을 준비하는 캄보디아인들에게 이 사전은 필수 구입리스트에 이미 오른 상태다.

프놈펜 시내 ‘K2여행사’라는 이름의 건실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사장은 책쓰는 일 만큼이나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틈만 나면 사랑하는 아내와 전국각지를 돌며 여행을 해왔다. 캄보디아 정글과 오지까지 그의 발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5월에는 사진으로 보는 캄보디아 여행지 30선〉이란 여행사진&에세이집도 발간했다. 지난 2014년 전국을 돌며 발로 쓴 〈캄보디아여행가이드북〉에 이어 그가 오랜 산고 끝에 낳은 3번째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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