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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칼럼] EU 해체위기와 트럼피즘급변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한인동포 위한 대책논의 필요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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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0  16: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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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오늘날 유럽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국가연합 기구’로 찬양받았던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해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적막 속에서, 유럽연합은 예상치 못한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폭풍 -트럼피즘(Trumpism)에 휩쓸릴 위험에도 놓이게 됐다. 

해체의 징조들 - 재정위기, 브렉시트, 중동 난민

멀리로는 지난 2008년 유로존(Euro Zone)의 재정위기와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크게 제기되기 시작한 유럽연합 위기론은, 가까이로는 ‘브렉시트(Brexit)’로 불리는 영국 유럽연합 탈퇴 결정, 중동-아프리카의 난민, 이민들의 필사적인 이주와 월경,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유럽연합 내부의 균열은, 2016년 연말을 앞둔 현 시점에서 속수무책의 깊은 심연에 빠져있다는 것이 유럽 지성들의 다수 의견이다.

28개 EU회원국 내 중요 저널들의 논설들을 소개하고 있는 ‘유로진(Eurozine)’의 올해 이슈들을 보면, EU 정체성의 변화와 해체 위기론에 관한 논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논쟁의 다수가 EU 해체가능성을 내다보는 쪽이다. 서구의 진보적 지성인들과 중동구의 대다수 국가들이 이에 가담하고 있다.

영국에 살면서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는 런던 옥스퍼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 Jan Zielonka(이하 JZ) 박사와 폴란드 언론인 겸 사회운동가 Maciej Kuziemski(이하 MK), 스웨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로아티아 소설가 겸 논평가 Slavenka Drakulic(이하 SD) 등이 해체위기론의 대표 논객들이다. 

EU해체의 가능성과 원인

JZ(얀 질롱카) 교수가 저널 ‘리퍼브리카(Republica)’에서 주장한 EU 해체의 세 가지 시나리오는 극적인 전율까지 느끼게 한다. 첫째, 외부 충격으로 모든 것이 붕괴된다. 둘째, EU의 개혁을 시도할 것이나 현 상황이 너무나 재난적인 것이어서 결국 EU는 멸망으로 인도된다. 셋째, 이전에 존재했던 EU로 회귀한다. 그러나 이전의 EU는 그 기능이 정지됐다. 결국 EU는 회원국 시민들의 중요한 문제를 풀어줄 수 없는 빈껍데기가 된다.

참담하고도 속수무책인 이 사태의 초래는 크게 나누어 EU 정체의식의 기본을 이룩했던 ‘유러피언 드림’의 파경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악화, 난민과 이민처리의 실패 등에서 그 원인들을 찾을 수 있다.

설명의 극화(劇化)를 위해 그 원인들을 거꾸로 추적해보자. SD(슬라방카 드라쿨릭) 작가는 EU 지도자들이 얼마나 중동구권의 사정을 모르고 중동-아프리카 이민들을 불러들였는지, 악몽적인 난민 할당제까지 실시하려 했는지 등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중동 난민 할당제의 파괴력

2차대전 중 나치와 함께 자국 내의 로마(집시)족 학살참극을 겪은 헝가리, 2차대전 후 이민족간의 분단을 경험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이민 할당제 수용을 거부했다. 1차대전 후 지배국 민족이었던 터키족의 본국송환으로 곤경을 겪었던 불가리아는 터키 국경에 철조망을 쳤다. 가장 많은 로마족의 동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루마니아는 난민수용장소 제공을 거절했다.

슬로바키아와 크로아티아는 수용장소가 부족하고, EU가 시설을 설치해주더라도 난민들을 계속 보호할 의지가 없다며 할당을 거부했다. 중동구권은 구소련이 러시아인들의 할당 수용을 강제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이민 할당제를 극력 반대했다.

EU 지도부의 할당제를 받아들인 국가들은 독일과 스웨덴 등 부유 회원국들이다. 이들의 선택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보충과 노동력 보충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도 8만여 명의 난민 할당을 받아들였지만 보수적 국민들의 반발로 베르너 파이만 수상이 경질되는 진통을 겪었다. 흉흉한 반대여론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난민/이민들의 수용정책은 인류애 실현이라는 위대한 이상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EU의 통합과 유대를 크게 깨트렸다. 이 파동은 영국이 떨어져나가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와 함께 네덜란드, 프랑스, 심지어는 유러피언 휴머니즘의 선구자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베를린 근처에서까지, 외국인배척과 인종혐오를 앞세우는 극우정파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극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파가 득세를 하면서 12월 초 대통령선거의 전망을 염려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린츠에서 유럽 극우파 지도자 연대회의가 열리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공동번영'의 양극화

당초 EU는 ‘공동번영’이라는 이상으로 출발한 연합이다. ‘공동으로 더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연합의 동기다. 소연방의 해체로 EU에 대거 가입하게 된 중동구권 나라들 역시 ‘EU에 가입하면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이상과 믿음들이 무너졌다.

EU 28개 회원국 중 잘 사는 나라들의 결합체였던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먼저 터졌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뒤를 따랐다. 이 과정에서 경제강국들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이 먼저 EU 재정체제의 문제성을 알게 됐다. 그리스 재정 위기의 결과를 보면서 비슷한 위기상황에 놓인 키프러스, 말타, 아이슬랜드, 라트비아, 헝가리 등이 EU 경제체제에 대한 회의와 우려를 갖게 됐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주의의 실패, 이로인한 재정위기, 빈곤한 회원국들의 채무 증가, 다국적 기업의 횡포, 헤지펀드의 공격, 회원국들 간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심화, 구소련의 압박에서 해방돼 가입한 국가들에 대한 ‘피해자 보상 경제정책’의 결여 등이 공동번영의 이상을 무너뜨렸다. 

공동번영 이상의 붕괴

그리스는 EU 개혁 패키지의 수용으로 받은 구제금융의 채무를 갚을 것인가? 국민들은 EU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가? 지난 3월 그리스를 방문하고 현지사정을 보고 들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리스 경제위기는 임시변통으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참담함과 분노의 감정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EU의 지도국인 독일은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구해주는 대신 채무계약의 한 조건으로 아테네 국제공항 등 12개 그리스 중요 공항의 운영권을 50년간 가졌다. 공항을 새로 지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나아가 그리스 경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 대신, 12개 공항은 독일이 단독 운영하면서 채무액을 환수할 때까지 그리스측은 공항수입에 손을 댈 수 없게 했다. 국민들은 50년 내에 나라 재정을 흥청망청 거덜낸 정치인들이 또 어떤 결탁을 할지, 자본가들이 어떤 술수를 더 쓸지 모른다며 냉소하고 있다.

폴란드 사회운동으로 레흐 바웬사 정권의 탄생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던 MK(마시에프 쿠지엠스키)는 EU가 회원국들 간의 공동이익을 구축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을 실패의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MK는 정치의 역할이 이익에 대해 서로가 합의하는 공통의 개념을 계속적으로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고, 이 역할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한 번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항상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EU는 이러한 것을 수행하는 메커니즘을 운용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EU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두 기둥의 불능 현상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다문화주의,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존중, 삶의 질 향상,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 세계화의식 소유, 평화와 조화에 초점을 맞춘 새 역사의 창조- 10여년 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격찬했던 ‘유로피언 드림’은 이런 일련의 실패들로 이제는 환몽으로만 끝날 위기에 놓였다. 

트럼피즘 - 경제 위축 & 나토 유지비 부담

지난 11월 9일 미국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파도쳐 오게 된 ‘트럼피즘’으로 EU는 또 하나의 큰 충격을 안게 됐다.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트럼피즘은 미국의 해외개입을 줄이고 국내 경제발전에 치중, 최강국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고립주의가 EU에 적용되면, 나토군의 유지비에 제일 먼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유럽주둔 미군이 철수하면 EU는 자체군의 창설로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게 된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러시아 인구가 많은 EU 회원국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3국과 몰도바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분할 요구, 안보위협의 증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2015년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총량 1조 1천억 달러의 규모로 매년 미국과 세계 최대 공동시장을 향유해왔던 EU는 트럼피즘의 보호무역주의의 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과 협상해온 ‘범대서양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의 협상도 결렬된 시점에서, 트럼피즘의 도래는 EU에 큰 경제위기를 줄 수 있는 재난이다.
 
향후 선거 결과가 EU운명 좌우

1951년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로 출범한 EU가 61세를 맞으면서, 이는 다시 짜맞출 수 없는 파편이 됐다. 극우주의와 포퓰리즘의 득세가 우려되는 내년 초의 오스트리아 총선, 9월의 독일 총선, 브렉시트의 종결은 EU의 종말과 생존 여부에 큰 이정표를 놓게 될 것이다.

유럽에 거주하는 25만 한인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는 시급히 얼굴을 맞대고 한인 동포들의 대비책과 안녕을 의논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 삶의 터전을 일구는 공동운명의 구성원으로서, EU의 밝은 미래 건설에 지혜와 힘을 모아 능동적인 참여를 해야 할 것이다.

<2016년 가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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