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 카니발 ‘장미의 월요일’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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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 카니발 ‘장미의 월요일’ 행진
  • 나복찬 재외기자
  • 승인 2017.03.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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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번째 행렬, 80명의 한국 전통문화 팀 큰 호응 얻어
▲ 한국 전통문화 공연행진팀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독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하고도 꿈결같은 볼거리, ‘제5의 계절, 카니발’

지난 2월 27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Uns kritt nix klein- Narrenfreiheit, die muss sein!’라는 주제로 60만 시민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카니발 행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장미의 월요일’ 행진이 펼쳐졌다.

갑자기 불어 닥친 태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와 달리, 금년 ‘장미의 월요일’ 가두행진은 풍성한 해학이 담긴 수많은 Mottowagen(제작: Jacgques Tilly)과 117개의 흥미로운 차량, 29개의 악단, 1만 명의 인파가 6.4km에 걸쳐 만든 도보행렬이 어우러져 예년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치러졌다.

▲ 태권도팀, 사물놀이패와 풍물놀이패, 한복공연팀의 기념촬영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또한, 뒤셀도르프 시민들에게도 익숙해진 한국 풍물 전통문화 팀은 독일 뮤직카펠레와 차량, 가장행렬 인파들과 어우러져 ‘장미의 월요일’ 행진에 참가했다.

출발장소인 시내 중심가 코넬리우스가에는 궁중복 차림의 왕(인호 Tom Schroeder 분)과 왕비(홍승연 분)와 함께 기념촬영하는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국 풍물 전통문화 팀의 곁에서 출발을 준비하던 ‘Balu Weiss e.V.’의 스피커에서는 수차례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 궁중복 차림의 왕과 왕비와 기념촬영을 한 독일시민들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이는 한국팀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카니발에 참가해 현지 카니발 참가자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뮌헨 글라드바흐에서 온 한 독일부인은 정경부인(안승희 분)과 기념촬영을 하고 풍물시연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그녀는 “작년에도 (한국 풍물 전통문화팀을)봤는데, 복장이 인상적이고 멜로디가 좋아 다시 찾아왔다”며 우리 전통 풍물가락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 한국 전통문화 공연팀의 행진모습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11시 30분이 되자 선두그룹이 출발하고 한국 팀은 70번째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80명으로 구성된 한국 팀은 ‘KOREA’라고 적힌 리본이 걸린 차량 뒤로 행진에 나섰다. 이 행진은 크기는 작지만 화려하고 강렬한 음을 내는 태평소(지화순)를 선두로 해 봉산탈춤, 복흠대학, 복흠한글학교의 사물놀이패, 복흠두레풍물단이 뒤를 이었다. 그 뒤로는 궁중복 차림의 왕가 행렬, 춘향과 이도령, 태권도팀(Herten 독수리 태권도장, 관장: Ugur Sener), 어우동 등의 한복 분장팀이 행진에 나섰다. 

▲ 뒤셀도르프 시민들과 어울린 풍물놀이패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지칠줄 모르고 울려퍼진 풍물가락은 출발부터 카니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으며 길에 늘어선 많은 시민들 역시 환성과 몸짓으로 풍물소리에 화답했다.

한국 팀이 시청 앞에 도착하자, “뒤셀도르프 코레아 헬라우!”라는 말이 대형스피커를 통해 울려나왔다. 또한 빨간 코를 달아 분장한 가이젤 뒤셀도르프 시장 내외, 주의회 의원 등 많은 내빈들이 함께 “코레아 헬라우!”를 외치며 한국 팀을 환영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WDR, 바이에른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에서 한국 팀을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한국 팀을 촬영했다. 이때 인터뷰에 응한 윤행자 풍물단원은 카니발 가두행진 참석과 한국사회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했다.

풍물단은 이례적으로 2분여에 걸쳐 풍물무대를 광장에서 펼쳤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코레아!”를 연호하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 풍물놀이패의 공연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WDR 현지실황중계팀은 도보행진팀(Fussgruppe)을 소개하는 가운데 한국 팀이 개성적이고 전통적인 문화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풍자차량 가운데 ‘자유의 여신상에 폭력을 가하는 트럼프’, ‘히틀러의 후예 빌더스, 르펭, 트럼프’, ‘브랙시트로 위험에 처한 영국’, ‘에도간의 탈선”, ‘슐츠의 출현’과 같이 노골적 정치풍자가 적힌 차량들도 시민들의 깊은 관심을 받았다.

▲ 노골적인 정치풍자가 담긴 행진차량들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약 30여m에 달했던 한국팀 행렬은 행진 코스가 바뀔 때마다 확성기를 통해 소개됐다. 쾨닉스 알레 마지막 구역에서는 “매년 참가하고 있는 ‘페어라인 코레아’”라고 소개되기도 해 이들의 인기와 인지도를 가늠케 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태평소를 통해 울려나오는 아리랑을 따라 춤을 추기도 했다.
 
4시간 30분여의 시가행진을 마친 한국 팀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눈에 비추어진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해낸 것에 대해 큰 자부를 느낀다”고 밝혔다. 3년 전에도 왕 역할을 해낸 바 있는 톰 인호 슈뢰더 씨는 행진을 마친 뒤 “우리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보람찬 하루였다”고 전했다.
 
여부덕 회장은 “지난해 급작스레 행진이 연기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을 돌이키며 올해에도 한인회원, 복흠대 한국학과 교수, 본 한인회 회장단, 복흠한글학교와 복흠두레 풍물패와 간호협회, 아리랑무용단, 지화순 단장 등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셔서 감사한다. 행진하면서 시민들에게 뿌려진 카멜레(사탕) 구입금액 전액을 지원한 고약국(대표 고혜영), 명예회장 김계수 박사, 대양식품과 송죽의 후원에도 각별히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행진팀들은 서울식당으로 이동,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한민족의 뜨거운 저력을 다시 소개하기 위해 내년도 카니발 행사에도 참가하고 더욱 멋진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귀가길에 올랐다.

▲ 한국 전통문화 공연행진팀의 기념촬영 (사진 나복찬 재외기자)

뒤셀도르프 경찰국은 이번 ‘장미의 월요일’ 행진도로 진입로마다 용역청소차량과 각종 컨테이너를 설치, 니짜와 베를린에서 일어난 화물차 테러와 같은 사태를 원천봉쇄하고 무장경찰 500여 명을 투입해 치안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행사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뒤셀도르프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어우러져 방문객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