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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법률칼럼] 국적 선택(이탈)의 자유
차규근 변호사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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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7  1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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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A는 1995년 7월에 미국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A는 줄곧 미국에 살고 있는데 최근 미국 시민권자로서 유명재단의 장학생 선발프로그램에 합격하여 A3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A는 자신이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성장하였지만 자신이 출생할 당시 부모가 한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한국 국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고 이에 22세가 되기 전인 올해 1월 현지 영사관에서 국적이탈신고를 하였다. 국적이탈이 처리되어야 미국 시민권자로서 A3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현재 국적이탈신고 수리에 11개월 걸리고 있기 때문에 한두 달 내 처리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는 국적이탈신고가 2~3달 걸리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국적업무가 적체되어서 그런지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11개월이 걸리는 걸로 공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11개월 후에 국적이탈신고가 수리되면 A는 어렵게 얻은 좋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어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A처럼 미국 현지에서 태어나 줄곧 현지에서 성장한 한인 2, 3세가 자기에게 한국 국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다가 국적이탈시기를 놓쳐서 공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 미국 교민사회가 반발하고 급기야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었으며, 작년에는 9명 중 4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기도 하였다는 것은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다.

워낙 교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정부에서도 외교부, 법무부, 병무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T/F를 꾸려 합리적 해결방안이 없는지 검토도 하였으나 결국에는 뾰족한 방법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A는 국적이탈시기를 놓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A의 국적이탈신고서가 11개월 후에 처리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A는 출생 후 지금까지 한국에 체류한 것은 2살 때 친지 방문 등으로 방문하여 7개월 머문 것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7회에 도합 체류기간은 1년여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에 방문할 때 한국 여권을 만든 적도 없으며, 모두 미국여권만 사용하였다. 부모도 1993년 미국 이주하였는데 딸의 출생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에 계속 거주 중이다.

다만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현지 총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하여 한국 호적에 등재되기는 하였으나, A 본인은 거의 한국에 가질 않았으며 한국 여권도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국적의 존재 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2012년도에 주민등록증 발급통지서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A의 어머니가 한국을 방문하여 주민센터에 세대주말소신청도 하였는데 이걸로 한국국적이 말소된 것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 달에 혹시나 하고 한국의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니 복수국적자로 되어있다고 하여 그제여서야 뒤늦게 국적이탈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사실 A는 현재 22세가 되기 전이고 병역문제가 없으며 실질적인 거주지가 외국이기 때문에 언젠가 국적이탈처리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처리기간이다. 3월 중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어렵사리 선발된 좋은 장학프로그램으로 A3비자 받고 모국에 입국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좀 더 일찍 이탈신고를 하지 않았느냐 탓할 수도 있으나, 한국에 거주한 것도 아니고 줄곧 미국에서만 거주한 교민 2세인 A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돌리기에는 너무 가혹한 면이 있다.

국적이탈처리에 11개월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교민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개월 정도 걸릴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국 국적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 국적 이탈(포기)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만기에 임박하여 이탈신고를 할 수도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들의 깊은 고민을 조금이나마 배려해 줄 수는 없을까?

국적이탈신고자는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빨리 처리해줄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정서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뒤늦게 국적이탈 하는 경우와 A처럼 출생 후 줄곧 외국에서 살았고 한국 여권도 만든 적이 없을 정도로 한국 국적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경우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A처럼 출생 후 줄곧 외국에서 거주하여 자신에게 한국 국적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선의의 국적이탈신고자에 대하여는 한미 우호증진과 재외동포 권익증진 차원에서 조속히 비자를 받고 입국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패스트 트랙으로 이탈처리를 해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남성은 병역기피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A는 여성이라 병역문제도 없어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되더라도 국민정서상으로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실질적인 외국 거주, 외국여권만 사용, 학교 입학이나 취업, 병역기피 우려가 없는 등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국적이탈신고를 패스트 트랙으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국적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지침 개정 등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법 개정이 아닌 내부 지침 개정만으로도 재외동포 등 민원인의 권익을 대폭 증진할 수 있다면 뭔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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