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언어, 우리와 닮은꼴 놀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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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언어, 우리와 닮은꼴 놀란걸요"
  • 한겨레21
  • 승인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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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중앙아시아' 펴낸 장준희씨
 

 

기행문 '중앙아시아' 펴낸 장준희씨

세계 지도의 윗부분 거의 전체를 차지하는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가운데에 ‘대륙의 배꼽’ 처럼 중앙아시아가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저 옛날 소그드 사람들의 땅, 그리고 오아시스 문명의 고장, ‘비단길’의 길목이었던 곳이다.

아직까지도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냉전시대 구소련의 일원이었기에 막혀있었고, 그 이후에도 우리와 특별한 연관성을 지니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보면 극동의 한반도와 대륙 중심의 중앙아시아의 관계는 밀접했다. 문물이 오간 것은 물론, 근대사의 비극인 고려인들의 강제이주가 이뤄진 땅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또는 유적과 사막 풍경을 먼저 떠올리는 낭만적 시각으로만 쳐다볼뿐이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자 장준희(36)씨는 책을 썼다. 기능적으로 그이상 충실해보이는 제목이 없을 듯한 <중앙아시아>다. 우리가 잘 모르는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 모습을 기행문식으로 알기 쉽게 일반인용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쓰는 데 장씨 만한 인물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 문화인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국립 우즈베키스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한국인과 이 지역의 연관성을 찾는데 천착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우즈벡에서 살면서 고선지 장군의 흔적과 함께 사마르칸드 아프라시압 벽화속에 등장하는 고구려 사신도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중앙아시아를 누비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책을 본 것이 중앙아시아를 전공하게 만들었어요. 드러커가 이 지역을 ‘다가오는 제국’으로 부르며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주목하게 된거지요. 그 뒤 직접 건너와서 지내보니까 우리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마침 그동안 나온 책들이 대부분 외국인 시각으로 쓴 것들이고 또한 유목민이나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이 지역을 다루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중앙아시아만을 주제로 하는 책을 써보았습니다.”

장씨가 직접 살며 부대끼며 경험한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너무나 닮았다. 연날리기, 제기차기에 자치기까지 우리와 똑같은 놀이를 즐긴다. 언어도 우리말과 어순이 같고 조사가 발달한 점이 빼닮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배우기에 가장 쉬운 언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 이상으로 마음 씀씀이나 품성면에서 두 지역은 더욱 닮은 꼴이다. “노인을 공경하고 손님을 잘 대접하는 등 풍속면에서도 무척 통합니다. 더군다나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부지런하고 강인해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한국을 일본보다 더 좋아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문화와 민족적 다양성을 태어나면서부터 체화해 살아가기 때문에 편견이 없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건강한 인식은 우리도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장씨는 지적한다. “이들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21세기 함께 살아가야할 아시아의 이웃입니다. 이 지역을 직접 찾아가고 싶다면 좀더 넓은 시야를 갖고,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고 오시길 바랍니다.” ­청아출판사/1만5000원.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