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품바’ 런던 춤판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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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품바’ 런던 춤판에 뛰어들다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10.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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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무용단 모던테이블, ‘다크니스 품바’로 ‘더 플레이스’에 최초 데뷔

한국 남성 무용단 ‘모던테이블’이 <다크니스 품바(Darkness Poomba)>라는 작품으로 10월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런던의 댄스 전용 극장인 '더 플레이스(The Place)'에서 현지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무대는 영국에서 가지는 다크니스 품바의 데뷔무대이자 현대 무용의 산실인 ‘더 플레이스’에서 한국 공연 팀으로서는 최초로 갖는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1969년에 수립된 이래 '새들러즈 웰즈' 함께 영국을 넘어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무용 창작 공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더 플레이스'에서는 매년 250여 개의 작품이 공연된다. 안무가 김재덕은 공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무대, 더욱이 더 플레이스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것이 감사하고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덕이 연출, 작곡, 작사한 작품인 다크니스 품바는 2006년 12월에 한국에서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김재덕은 인터뷰를 통해 “‘다크니스 품바’는 배고프게 살아가면서 노래와 춤으로 돈을 버는 품바, 우리시대의 예술가의 고난한 삶을 표현한 것이다. 거기에 한국 고유의 정서인 ‘한’을 담고자 했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크니스 품바는 공연 초반부터 춤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소리꾼의 구성진 판소리와 구음이 곁들여져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신예 소리꾼 정승준(26)은 구성지고 선 굵은 목소리로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정승준의 구슬픈 구음에 김재덕의 하모니카와 카쥬 소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창작곡 ‘찾아’를 연주할 때는 객석으로부터 박수갈채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김재덕과 정승준의 가창에 기타, 베이스, 드럼의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라이브 연주가 더해지면서 런던의 관객들은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 모던 테이블의‘다크니스 품바’ 공연 모습.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공연이 후반부로 접어들 때쯤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이동했다. 다크니스 품바는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이다. 현지 관객 죠지아 커즌스는 “이번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객석에 왔을 때가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가까이서 본 무용수의 움직임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더 플레이스의 프로그래머 겸 프로듀서인 엘리 비담은 “다크니스 품바는 지금까지 더 플레이스에서 했던 다른 공연들과는 다르게 한 무대에 라이브 음악과 보컬, 댄스가 모두 존재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무용수들의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에너지가 놀라웠다”며 이번 공연을 한 마디로 “아주 신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계기로 2017년 시작되는 한영상호교류의 해에 한국 댄스를 집중 조명하는 한국 주간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 관련 협력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5일에 열린 두 번째 공연에는 영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에마 글래드스톤이 참석했다. 글레드스톤은 2013년부터 댄스 페스티벌 ‘Dance Umbrella’의 감독을 맡고 있으며, 2014년에는 유럽 최고의 현대무용 교육 기관인 투리니티 레이번으로부터 ‘Honorary Fellowship’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한국 고유의 전통 소재가 현지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여러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현대적인 요소들을 흡수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이야말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적인 영국 시장에서 현지 관객들이 요구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작품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공연은 제 3회 K-뮤직페스티벌의 클로징 공연으로 개최됐다. 이번 K-뮤직페스티벌을 준비한 주영한국문화원의 용호성 원장은 “올해 K-뮤직에서는 재즈에서부터 록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선보임과 동시에 처음으로 무용 공연을 진행했다. 다크니스 품바는 무용뿐만 아니라 라이브 연주가 공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K-뮤직페스티벌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적절한 작품이었다”며 “앞으로도 매년 있을 K-뮤직페스티벌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영국 공연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15일, 정가악회 공연을 시작으로 약 한 달 간 런던 전역에서 펼쳐진 ‘제3회 K-뮤직페스티벌’은 모던 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2013년 국립관현악단의 바비칸 센터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이래 올해로 세 번째였던 2016년 K-뮤직 페스티벌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팀의 참여로 한국음악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뽐냈다.

제3회 K-뮤직페스티벌의 현지 관객의 참여율은 80%를 넘어섰다. K-팝을 넘어 K-뮤직 전반으로 현지의 관심을 확산시키는 음악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 대목이다. 또한  유럽 지역의 프로듀서 및 뮤지션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한 한국 음악과 우리 아티스트의 유럽 지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