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어, 역사, 풍습, 문화 등은 중앙 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그다지 낯익지 않다. 소비에트 체제 내에서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 고인과 함께 유물을 태워 버리는 관습, 강제 이주, 고려인 역사의 산 증인들인 고려인 2,3 세대들이 점차 사라져 감으로써 고려인의 ‘기억’은 점차 망각되고 있는 듯 하다. 중앙 아시아의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려인의 역사를 살리는데 한 평생을 바친 인물이 있다.
최 아리따 바실리예브나는 1942년 우쉬토베에서 출생하여 사할린, 러시아의 카프카즈, 로스토프 등 고려인 공동체가 형성된 여러 지역들을 거쳐 살아온 고려인 4세대이다. 최 아리따는 이미 초등학교 때에 자신의 운명을 역사가로 결정하여 한국과 관련된 도서, 신문 및 기타 자료 등을 수집하기 시작한 ‘찬란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하였으며 카자흐스탄의 교육부에서, 특히 고문서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왔다. 20세기 초 극동의 정교회 신부였던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극동을 여행하며 그녀는 고려인들의 역사를 되살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강제 이주 전후 극동에서 태어난 노인들을 만나 사진, 문헌, 녹취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탄압받은 노인들의 보상 운동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은 이미 4년 전 최 아리따의 자료를 기반으로 고려인에 관한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이미 알마티의 한국어 교육원이나 우쉬토베의 박물관 등에 자료의 일부를 기증하기도 하였으나 그 자료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실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최 아리따는 지적한다. 작은 기록일지라도 거기에 고려인의 혼과 역사가 깃들여 있고 그 자료들을 모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으며 최 아리따는 수집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1800년대 말부터 극동에서 고려인들이 사용했던 유물들, 고려극장 1세대 배우들의 일기 및 기록, 전보, 편지, 사진 등 최 아리따의 소장 자료는 수천여점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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