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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그날들’ 주인공 이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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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그날들’ 주인공 이건명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08.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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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무대서 활약…“무대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
▲ 국내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는 중국 하얼빈 대극원(哈尔滨大剧院) 무대에 오른 최초의 뮤지컬 작품이다. (사진 DIMF)

이번엔 중국 관객과 만났다.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가 만든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가 중국 ‘하얼빈 대극원(哈尔滨大剧院)’의 문을 열었다. <투란도트>는 ‘하얼빈 엔터테인먼트그룹 유한 책임공사’의 초청으로 중국에서 8월 11일부터14일까지, 4일간 총 6회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중국 무대에서 설레는 순간을 맛보고 온 데뷔 17년 차 배우, 이건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 뮤지컬 배우 이건명 (사진 쇼홀릭)

<투란도트>는 대구에서 만들어 서울에서 장기간 공연을 한 것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해외진출까지 하게 됐다.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로서 소감이 어떤지?

DIMF를 통해, 다양한 해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소개되는 만큼, 우리 작품들도 해외에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이 <투란도트>다. 처음부터 아시아권, 특히 중화권 진출을 고려하고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무대 배경이나 의상 등에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잘 표현돼있다. 동관, 항주, 닝보, 상해에 이어 이번에 하얼빈에서 6회의 공연을 마쳤다. 중국 관객들이 <투란도트>를 아껴주시고 찾아주시는 걸 보니 목표달성을 한 것 같아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중국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게 어떤 면에서 체감이 되나?

<투란도트>는 비주얼도 아름답지만 음악적인 힘이 워낙 강한 작품이다. 사실,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는 않는다. 심플한 스토리 때문에 한국 관객 중에는 ‘너무 단순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자막을 통해 극을 이해해야 하는 아시아권 다른 관객들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만큼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한국 뮤지컬을 중국 관객들이 이렇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한국 뮤지컬’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생각 보다는 작품 자체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무대에 오른다. <투란도트>의 경우도 진실한 사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느 나라 관객이라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 <투란도트>를 공연한 하얼빈 대극원 객석 (사진 DIMF)


8월 말, <그날들> 개막을 앞두고 있다. 1년 반 만에 다시 ‘정학’으로 무대에 서는 소감이 어떤지?

작품마다 끝날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 ‘시원섭섭’한 감정 중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이나 개운함을 더 느끼게 되는 작품이 있고, 작품과 안녕을 고하는 데 서운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그날들>은 아쉬운 마음이 더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짧지 않은 기간 공연했는데도 그 시간들이 짧게 느껴졌던 작품이기 때문에, 빨리 이 무대가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 다시 공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었고, 그 공연을 할 때 내가 무대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반가운 앵콜 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또 같이 공연하자고 손을 내밀어주셔서 기뻤다. 작품을 준비하는 자체가 즐겁고, 흥분되고, 기대된다.

 

▲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할을 맡은 이건명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끊임없이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에너지의 원천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무대’를 정말 좋아해서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멀티캐스팅이 보편화되면서 한 작품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 ‘행복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무대 위에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됐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 이유는?

작품이나 캐릭터는 열 손가락 같은 존재다. 항상 현재 하고 있는 작품에 올인 하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고 있는 캐릭터가 현재로선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여러 번의 연애 경험이 있다고 해도 현재 연애하고 있는 상대에 가장 큰 사랑을 느끼듯, 매 작품마다 지금 연습하고 공연하는 캐릭터가 가장 사랑스러운 것 같다.


일본 팬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안다.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일본 팬들과는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서 첫 공연을 마친 후, 하다 보니 출연한 많은 작품들이 일본 공연을 하게 됐다. 일본 관객들에게 얼굴을 자주 비추다보니 팬들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일본 팬들을 위한 콘서트도 열게 됐고, 그러다보니 다음 작품이 또 일본 공연을 가게 되는 식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이번 9월에 일본 교토에서 공연하게 된 <인터뷰>라는 작품의 경우도 원래 12회짜리 쇼케이스였다. 이 작품이 일본으로 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쇼케이스 기간 동안 일본에 판매가 됐다. 그래서 교토 공연을 하고 내년 초에는 도쿄 공연도 할 예정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본 공연이 있나?

아무래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던 <잭 더 리퍼>가 기억에 남는다. ‘일본 관객들도 좋아해주겠지’라는 기대는 가졌지만, 그렇게까지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나왔을 때, 큰길에 ‘잭더리퍼 팀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든 관객들이 굉장히 많이 서있었다. 일렬로 서서 배우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줬다. 많은 감동을 받아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 뮤지컬 배우 이건명 (사진 쇼홀릭)

배우로서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어떤 배우로 진화·변화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인생을 운명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어떤 사랑을 꿈꾼다고 그런 사랑이 실현되는 게 아닌 것처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한다고 해서 그런 배우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몇 년 후에는 이런 배우가 돼야지”하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관계자들은 대개 비슷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지점에 나를 데려다 쓸 것이고, 거기에 최선을 다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런 배우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그렇다. 세상일은 아무리 걱정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어느 순간 느껴버려서, 걱정할 시간에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고민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궁극적 목표도 정하지 않았나?

그런 목표를 정해 두지는 않았다. 다만 얼마 전 김혜자 선생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고 느낀 점은 있다. 시청자인 나도, 다큐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도 김혜자 선생님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그동안 어떻게 연기를 하고 인생을 살아오셨는가가 반영돼있는 것 같다. 연기하는 순간에도 소중하게 최선을 다하셨고, 틈 날 때마다 봉사활동 등으로 어머니 같은 모습을 많이 보이셨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생님에게 호의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나를 봤을 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싶은 부분이다. 

 

▲ 뮤지컬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를 중심으로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 ‘좋은 사람’ 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화가 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을 텐데, 어떤 식으로 해소하는지?

당연한 얘기지만, 화가 나면 화를 낸다. 정말 화가 많이 나면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낼 때도 있다. 죽을 만큼 힘든 걸 억지로 참고 있다가 나중에 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는 않는다. 방송이나 무대 위 모습은 일면에 불과하니 일반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과 다른 면도 있을 것이다. ‘화가 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기는 한 것 같다. 그래서 화 낼 일이 상대적으로 조금 적은 것 같기는 하지만 억지로 참는 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해외 동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외로울 때’가 아닐까 한다. 흉흉한 소식들도 많이 들리는 시기이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내시고, 파이팅 하시길”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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