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로축구 구단 초청 ‘한국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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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로축구 구단 초청 ‘한국의 날’ 행사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8.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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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크라운, 국방부 FC와 맞대결…남북 선수간 우의 다져

▲ 교민자녀 22명이 선수단 입장식에 선수들과 손을 잡고 함께 그라운드에 나가 축구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캄보디아 프로축구 리그 구단 초청 ‘한국의 날(Korea Day)’ 행사가 지난 8월1일 수도 프놈펜 크라운 전용구장인 RSN경기장에서 열렸다.

‘축구를 사랑하는 한국인 모임’(대표 윤기섭)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리그 6번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구단 프놈펜 크라운 구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 구단에는 성남 FC 출신 한국 선수 김현우와 장인용이 뛰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현식 한인회장을 비롯한 교민 축구팬들과 가족을 포함한 약 80 여명이 참석해 구단 측 배려로 중앙 응원석을 배정 받아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열린 경기는 프놈펜 크라운 입장에서는 금년 시즌 홈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경기인 동시에 북한선수 4명이 포진한 국방부 FC와의 경기로 남북 선수들 간 맞대결 이란 이슈까지 더해 경기 시작 전부터 교민사회 뿐만 아니라 현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경기에 앞서 열린 선수 입장식에는 교민자녀 22명이 캄보디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양 팀 선수들의 손을 잡은 채 그라운드로 입장해 어린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현지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 공연하는 치어리더들.

주최 측이 특별히 마련한 이벤트도 응원석을 메운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현지 교민운영 기획사(K’VE Entertainment. 정금석)가 기획해 결성한 남녀 아이돌 그룹 ‘수퍼리어 F&M’(안무 이하나)의 화려한 공연 무대가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졌으며, 하프타임에는 경무도(총재 허영길) 소속 어린이 택견단이 아리랑 반주에 맞춰 역동적인 택견 시범을 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오후 6시 정각에 시작된 경기는 전반 내내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프놈펜 크라운 FC 소속 최전방 공격수 김현우와 공격형 미드필더 장인용이 함께 호흡을 맞춰 공격에 나섰지만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상대팀의 전력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전 국가대표 출신으로 ‘북한의 호나우두’라는 별명을 가진 최명호와 김경훈, 장송혁이 선발로 나선 국방부 FC는 경기 시작부터 프놈펜 크라운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결국 전반 45분 동안 양 팀은 우열을 가르기 힘든 접전을 펼친 끝에 득점 없이 끝냈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조금씩 양 팀 간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골문을 연 쪽은 상대팀 국방부 FC였다. 등번호 32번을 단 북한 출신 최전방 공격수 최명호의 파상 공격이 이어지면서 프놈펜 크라운 수비진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빈공간이 생기자 패스를 받은 북한 선수 김경훈이 재빠르게 치고 들어가 수비수를 제치고 중거리 슛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가 미쳐 손을 쓸 틈도 없이 그대로 골 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남은 시간은 30 여분. 만회골을 얻기 위해 프놈펜 크라운 김현우와 장인용이 부지런히 골문 앞으로 쇄도했지만,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마저 최종 수비수들에게 막히며 슈팅이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심판의 종료 휘슬과 함께 홈팀인 프놈펜 크라운이 0-1으로 패했다.

▲ 프놈펜 크라운과 국방부 FC 선수들의 경기.

남북 선수 간 맞대결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는 한국선수들이 포진한 프놈펜 크라운이 안타깝게도 패했지만, 현지 축구팬들은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교민들도 그라운드까지 내려가 선전한 우리 선수들과 악수를 하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이날 경기는 최근 남북 간 정치적 긴장과 갈등 때문에 경기 시작까지 관람을 망설이거나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는 교민들도 더러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 문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태극기 대신 행여 북한 선수들을 자극할까 싶어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로 파란색 한반도기를 그려 넣었다. 또한 우리 교민들에게도 남북 선수들 가리지 않고 함께 응원해줄 것을 경기 전 미리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 교민들은 북한 선수들을 포함해 상대팀 선수들을 자극하지 않는 성숙된 응원문화를 몸소 보여줘 경기가 끝난 후 프놈펜 크라운 구단 측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축구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 윤기섭 씨는 “오늘 행사는 남북한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경기 내적인 측면보다는 피를 나눈 우리 젊은 선수들이 캄보디아 프로 축구 리그에서 뛴다는 사실을 동포사회에 널리 알려 함께 응원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교민사회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는 지상파 방송국 BTV를 통해 캄보디아 전역에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