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 충격에 휩싸인 英 한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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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점 > 충격에 휩싸인 英 한인사회
  • 연합뉴스
  • 승인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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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영국인과 결혼해 런던 교외 한인 밀집  지역인
킹스턴-어폰-템스에 거주하며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던 한국 여성이 토막살해된 사체
로 발견돼 영국 한인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건을 수사중인 영국 경찰은 10일 주영한국대사관을 방문, 아직 부검이 끝나지
않았으나 피해자는 사체가 발견된 집의 주인인 폴 달튼(34)씨의 한국인 부인 강모(3
9)씨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킹스턴-어폰-템스는 런던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뉴몰든이 소속된 자치도시로 1
4만 인구의 10%가 한국인이다.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생활하고 있는 한인들은 연하의
영국인 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했던 한국인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에 충격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사건 개요 = 플라스틱 봉투에 담겨져 냉장고 속에 들어있던 강씨의 사체를 처
음 발견한 것은 이틀째 연락이 두절된 아들 부부를 방문한 강씨의 시아버지였다.

    달튼씨는 지난 7일 오전 자신과 강씨 사이에서 난 6살 난 딸을 이웃 마을에  거
주하는 어머니에게 맡겨 놓은 뒤 종적을 감추었다.

    부인의 연락을 받은 달튼씨의 아버지는 8일 밤 10시께 아들 집을 방문했으나 집
이 비어 있자 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로 들어갔다. 우유를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연
순간, 대형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한국인 며느리의 사체가 굴러 떨어졌다.

    달튼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 현장을 봉쇄하고 감식 전문가들을 파
견, 플라스틱 봉지에 들어 있었던 강씨의 사체를 수습하는 한편 전국에 달튼씨에 대
한 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은 10일 오전 부검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최종  신
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달튼씨가 "살해할 의사는 없었고 언쟁을 하던 중 한 번 때렸는데 실신하
여 일이 벌어졌다"는 메시지를 어머니의 전화에 남긴 사실을 확인, 달튼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달튼씨는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인 선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민영방송 ITV 등 영국 언론
은 시아버지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토막난 한국인 며느리의 사체를 발견했다며 대
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충격에 빠진 한인 사회 = 9.11테러 이후 미국행이 어려워지면서 영국을  찾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엽기적인 사건에 직면한 한인 사회는 큰 충격에  휩
싸였다.

    한인 밀집지역에서 한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한인  사회와
공존해 왔던 달튼씨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점에 더욱 놀라는 모습이다.

    달튼씨는 1995년 한국을 방문해 강씨를 만났으며 1997년 결혼한 뒤  킹스턴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해 왔다. 그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교민 신문들에도 광고를 내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 왔으나 최근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한인들과 접촉 빈도를 줄
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들은 2만여명에 불과했던 한인들이 최근 수년 간 4만5천여명으로  불어나면
서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영국 경찰과 공조해 범죄 예방  및  수사에
협력할 경찰 주재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주영한국대사관측은 킹스턴 경찰의 통보를 받은 즉시  서울의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한편 정확한 사인규명과 달튼씨 검거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경찰에  당부
했다.

    대사관의 이영호 영사는 영국 외무성에도 조속한 용의자 검거를 위해  인터폴과
협조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lcs@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