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 울려 퍼진 창작 오페라 '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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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 울려 퍼진 창작 오페라 '춘향전'
  • 유선종 기자
  • 승인 2016.05.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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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화 그림의 무대와 의상으로 한국적 멜로디 선보여

▲ 한국 창작 오페라 '춘향전'.

현제명의 한국 창작 오페라 '춘향전'이 지난 5월 13일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우라니아 극장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해외에서 한국 오페라 공연 대부분은 단발성이나 이벤트성에 그치는데 비해 이번 춘향전은 현지극장 측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다시 초청된 점에 큰 의미가 있으며, 오페라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오페라를 공연하자는 제의도 함께 받았다.

공연이 열린 우라니아 극장은 1910년도에 건립된 비엔나의 유서 깊은 공연장 중 하나로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비엔나 초연을 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무대에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들과 어린이 등 총 23명이 올랐고, 그 중에 향단 역을 맡은 오스트리아인 알리스 크리스티네 바깅어는 한국어로 오페라를 소화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공연은 한국어로 진행되었으며 독일어 자막이 함께 나와 이해를 도왔다.

극 중간에는 한국의 마당극 형식과 서양의 오페레타 형식을 가미해 레치타티보 부분을 대사로 각색하여 가수들의 코믹한 연기와 어우러져 관객의 입장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오페라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 한국 창작 오페라 '춘향전'.

1 막 춘향(소프라노 배수진)과 도령(테너 윤석)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에서 그들의 풍부한 성량으로 극에 대한 몰입을 더욱 높였고, 향단(소프라노 크리스티네 바깅어)과 방자(테너 박성원), 춘향과 도령의 사랑의 듀엣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그들의 이별로 끝나는 2막은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3막에서는 코믹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사또(바리톤 정재훈)의 부하들과 기생들이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옥살이를 하게 되는 춘향은 마지막 5막에서 사또를 응징하러 온 암행어사 도령과 재회하게 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의 전통민화 전문가인 김정원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한국의 제작사 일랑아트(대표 노형중)로부터 특별제작 및 공수해 무대배경으로 사용했다.

이번 오페라의 예술감독이자 춘향 역을 맡았던 BJ 오페라단 배수진 단장(비엔나 프라이너 음대 성악과 교수)은 "공연횟수가 거듭될수록 더욱 더 나아지는 무대연출과 극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전통민화 그림으로 이번 무대 배경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령 역할을 한 테너 윤석(유럽을 무대로 활동중인 성악가)씨는 "이번 공연에 무대설치 및 음악감독도 함께 맡아 오페라의 내실을 기하는데 협력했으며 유럽의 극장들은 오래된 극장이 많아 설치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물의 형식 그리고 배경 그림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큰 보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 한국 창작 오페라 '춘향전'.

한 관람객은 "아시아 오페라라 내용이나 정서가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예상외로 이야기를 아주 쉽게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한국적인 멜로디가 가미되어 있는 음악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이국적인 무대와 의상이 아름다웠다. 다음에 또 공연이 있다면 재관람 하고 싶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우라니아 극장과의 소통과 기획에 많은 관여를 하고 한국의 오페라를 우라니아 극장에 소개해준 이희진 씨는 "한국의 오페라 공연이 현지극장에서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은 만석에 가까웠으며 현지 한국인 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한국의 오페라도 한류의 대열에 함께해 한국을 알리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뜻깊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