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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어에 비추어 본 한자 혼용과 한글 전용
공일주 카이로대학교 객원교수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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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3  1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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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일주 교수
국어기본법 위헌 확인을 위한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측은 한자를 배우는 것이 우리말 의미를 정확하게 하고 어휘를 늘리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필자는 아랍에서 아랍어로 아랍 학생들은 가르치고 요르단대학교에서 한국어 전공 과정을 열어서 아랍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아랍어는 7세기 꾸란(이슬람 경전)의 아랍어가 발전한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아랍 각급 학교 교재에서 사용하고 20개국이 넘는 아랍 국가에서 일반 국민들은 현대 문학적 아랍어와 일부 공통부분을 갖는 구어 아랍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한다.

1,400년 이상 내려온 꾸란 아랍어의 문법적 골격이 포함된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아랍 국가들과 아랍어 학술원들이 그토록 강조를 해도 아랍 국민들은 꾸란의 아랍어는 물론 현대 문학적 아랍어의 문법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꾸란의 아랍어는 이슬람 종교의 아랍어라는 것을 각종 교과서에 언급하면서 종교를 내세워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의 학습을 강조해도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아랍 사회가 이런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일상생활 대화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학교에서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배워도, 집에서나 길가에서나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대화하는 생활 언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의 아랍어과 교수들은 수업 시간에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말은 어떤가?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장에서 의미가 도출되는 의미 생성과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어떤 언어든지 어느 한 낱말이 문장에 사용되면 그 낱말의 앞뒤에 오는 문맥(context)에 따라 해당 낱말의 의미가 영향을 받는다.

한국어를 외국에서 가르쳐본 필자로서는 만일 한자 혼용을 법으로 정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이 쉽고 널리 사용되어서 세계 모든 시민들이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한자 혼용은 큰 실망이다. 나라 안에서 우리말의 일부 현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제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만일 한자를 배워야 그 의미가 정확해진다고 주장한다면 언어의 보편적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언어는 시대가 바뀌면 그 의미가 자연히 변화하기도 하고 또 한글만으로 표현된 말은 자연스럽게 변별력을 키워가기 때문이다. 한글이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한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중국어와 일본어와 한국어에 사용된 한자들이 동일 글자체가 아닌 경우가 있고 또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 아랍 무슬림들도 꾸란의 아랍어는 물론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전문가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 따라서 낱말이 어느 문맥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낱말의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언어적 원리이므로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하여 반드시 한자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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