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
편집 : 2018.5.28 월 16:50
오피니언
[기고] 아랍어에 비추어 본 한자 혼용과 한글 전용
공일주 카이로대학교 객원교수  |  dongpo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5.13  10:16: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공일주 교수
국어기본법 위헌 확인을 위한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측은 한자를 배우는 것이 우리말 의미를 정확하게 하고 어휘를 늘리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필자는 아랍에서 아랍어로 아랍 학생들은 가르치고 요르단대학교에서 한국어 전공 과정을 열어서 아랍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아랍어는 7세기 꾸란(이슬람 경전)의 아랍어가 발전한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아랍 각급 학교 교재에서 사용하고 20개국이 넘는 아랍 국가에서 일반 국민들은 현대 문학적 아랍어와 일부 공통부분을 갖는 구어 아랍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한다.

1,400년 이상 내려온 꾸란 아랍어의 문법적 골격이 포함된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아랍 국가들과 아랍어 학술원들이 그토록 강조를 해도 아랍 국민들은 꾸란의 아랍어는 물론 현대 문학적 아랍어의 문법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꾸란의 아랍어는 이슬람 종교의 아랍어라는 것을 각종 교과서에 언급하면서 종교를 내세워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의 학습을 강조해도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아랍 사회가 이런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일상생활 대화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학교에서 꾸란의 아랍어와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배워도, 집에서나 길가에서나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대화하는 생활 언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의 아랍어과 교수들은 수업 시간에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말은 어떤가?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장에서 의미가 도출되는 의미 생성과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어떤 언어든지 어느 한 낱말이 문장에 사용되면 그 낱말의 앞뒤에 오는 문맥(context)에 따라 해당 낱말의 의미가 영향을 받는다.

한국어를 외국에서 가르쳐본 필자로서는 만일 한자 혼용을 법으로 정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이 쉽고 널리 사용되어서 세계 모든 시민들이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한자 혼용은 큰 실망이다. 나라 안에서 우리말의 일부 현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제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만일 한자를 배워야 그 의미가 정확해진다고 주장한다면 언어의 보편적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언어는 시대가 바뀌면 그 의미가 자연히 변화하기도 하고 또 한글만으로 표현된 말은 자연스럽게 변별력을 키워가기 때문이다. 한글이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한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중국어와 일본어와 한국어에 사용된 한자들이 동일 글자체가 아닌 경우가 있고 또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 아랍 무슬림들도 꾸란의 아랍어는 물론 현대 문학적 아랍어를 전문가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 따라서 낱말이 어느 문맥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낱말의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언어적 원리이므로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하여 반드시 한자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네이션스리그 아르...
2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하노이대학교에서 학...
3
인도 니파바이러스감염증 발생, 인도 방문...
4
민주평통 아프리카, 4개 지역·지회별 통...
5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첫 한국식품점 문 ...
6
외교부, 여행성수기 대비 안전간담회 개최
7
제38회 오월민중제, 베를린서 개최
8
민주평통 서남아협의회, 스리랑카서 통일강...
9
베를린 ‘세계 다문화축제’ 빛낸 한국 사...
10
뒤셀도르프서 차기 재독한인총연회장 선거 ...
오피니언
[역사산책] 고종의 광무개혁과 신식 금융제도
조선 말기 고종은 두 차례의 근대화를 시도했다. 첫 번째는 1880년대 청나라의 속방화
[법률칼럼] 외국 국적 취득과 한국 국적 상실 : 홍콩에서의 귀화
한국 국적의 A는 중국 국적자(홍콩 시민권자)인 배우자와 결혼하여, 둘 사이에 아이
[우리말로 깨닫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세상을 살면서 즐거운 일도 많지만 괴로운 일도 많습니다. 슬픈 일도 있고, 하기 싫은
한인회ㆍ단체 소식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11호(내수동, 대우빌딩)  (주)재외동포신문사 The overseas Korean Newspaper Co.,Ltd. | Tel 02-739-5910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0129 | 등록일자: 2005.11.11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1 재외동포신문. The Korean Dongpo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ongpo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