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티대학교 캠퍼스서 영화〈귀향〉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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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티대학교 캠퍼스서 영화〈귀향〉상영
  • 위클리홍콩 로사 권 기자
  • 승인 2016.05.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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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상영회 마련한 한인 유학생 신재경 씨 인터뷰

홍콩의 한인 유학생이  영화 〈귀향〉의 캠퍼스 특별 상영회를 마련해 동포사회와 현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시티대학교 신재경 한인학생회장이 주도하여  4월 15일과 16일 양일 시티대 캠퍼스에서 영화상영회가 실시됐고, 홍콩대와 중문대, 과기대, 시티대 등의 한인 유학생과 현지 학생 및 교수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2002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89)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7만 명 이상의 일반인들이 제작비 조달을 위해 '클라우드펀딩'에 참여했고, 배우와 제작진들은 재능기부로 힘을 싣는 등 어려운 과정을 겪고 개봉한 이 영화는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귀향〉 상영회를 기획한 시티대학교 한인학생회장 신재경(Creative Media와 Marketing 전공) 양을 위클리홍콩이 만났다.  


〈귀향〉을 홍콩의 대학 캠퍼스에 소개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신문기사를 통해 〈귀향〉이 개봉이 되기 전부터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개봉이 되면 꼭 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영화였는데, 아쉽게도 홍콩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한 지인이 영화관을 대관하여 무료관람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개인이 단체 관람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나 또한 한인학생들과 홍콩에서 상영회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작사와 배급사에 연락을 했고, 2달 여 간의 준비 끝에 상영회를 열 수 있었다.

또 1학년 1학기 창의력 수업시간에 홍콩교수님이 위안부라는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실제 일본군이 사용했던 피임용품을 대신해 고무풍선과 그 용품이 담긴 봉투, 그리고 종이 3장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해보라는 과제였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위안부라는 주제가 창의력 수업에 왜 쓰이는 것인지 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후에 학생들이 발표한 과제물은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군사와 위안부 소녀의 로맨스를 쓴 학생, 봉투에 자살할 수 있는 약을 주겠다는 학생, 실제 본인 소유의 피임기구를 넣어 발표한 학생 등 한국에서는 있을 수조차 없는 일이 그날 그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히 중국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가볍게 웃으며 문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수업을 거부하고 나왔다. 

이후 교수님께서 사과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람들이 나쁜 짓을 몰라서 하는 게 아니다. 고기를 먹는 것이 나쁘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고기를 먹지 않느냐’ 라는 내용이었다. 홍콩에서의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잔인함을 알리고 싶어 준비하게 됐다.

 

▲ 영화 〈귀향〉 홍콩 상영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신재경 학생

상영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학생 신분이라 배급사 측에 지불해야하는 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홍콩의 값비싼 임대료로 인해 영화관 대여도 어려웠다. 배급사 측에 진행확정을 전달받은 후 상영일 까지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도 아쉬웠다.


〈귀향〉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사실, 마음이 아플 것 같아 관람을 주저했던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 설득 끝에 와서 관람을 했던 친구들 모두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고 했다. 부정적인 반응은 전혀 없었던 상영회였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와 줬고, 예상외로 많은 학생들이 추가 모금에도 참여하여 힘을 보태주었다. 해외에서 계속 공부했던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위안부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알지 못했었는데 영화를 계기로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이 의도했던 성과를 거뒀나.

좌석이 부족할 거라고 예상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말고사 등의 일정으로 예상보다는 적은 학생들이 관람을 해서 아쉬움이 크다. 한인학생 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도 초대를 했지만 홍보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스타가 주연하는 영화가 아닌데다, 소재도 무거운 편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와주신 분들의 만족도가 그 이상이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이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후원금도 모금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쓰이나.

티켓 값과 추가 모금액은 전액 기부된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공식 단체인 나눔의 집을 선택했다. 나눔의 집 후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할머니들의 생활비 및 위안부 알리기에 후원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관 건립 후원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적은 돈이라도 학생들이 모은 돈이 추모관 건립에 보탬이 된다면, 완공된 후에 학생들이 한국의 추모관에 방문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바람도 있다. 훗날에는 각자의 아이들을 데려가 대학시절에 추모관 건립 모금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상영회를 위해 힘쓴 시티대 한인학생들. 왼쪽부터 송용원, 신재경, 정지원 학생

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바람이 있다면.

창의력 수업을 진행했던 그 교수님을 초대했었는데, 상영 이틀 전에 약속을 취소해서 그분을 그 자리에 못 모신 점이 가장 아쉽다. 

또한 상영회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었던 정부기관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있다는 한인 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많은 걸 배우게 됐다. 

다른 나라의 한인학생회에서도 꼭 〈귀향〉 상영회를 이어 나가 주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단체관람 진행이 어렵지 않다. 유학생들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외국에 위안부 문제를 더 손쉽게 알릴 수 있다. 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클리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