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작가들의 봄맞이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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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작가들의 봄맞이 전시회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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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즐거움의 놀이, 김원숙의 개인전  
오는 7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여는 재미작가 김원숙의 작품 `뜰 안에서'
#그림4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화가 류민자씨의 작품 `비천'


김정수, 노은임, 류민자 등 작가 6인 전시 이어져
다양한 주제 형식 담은 수준 높은 작품들 소개

햇살 따뜻한 봄을 맞아 동포 작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연이어 선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며 주목 받아 온 동포 작가들은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 그동안 준비해 온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3월 재미작가 손인환씨가 '윤회와 환생, 삶과 죽음의 메타포' 전시회를 연 데 이어 4월에는 재미작가 김원숙, 재불작가 김정수씨의 전시회가 열렸다. 5월 들어서는 재불작가 류민자씨와 재독작가 노은임씨의 전시회까지 열려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오는 6월 2일부터는 재미작가 최동열씨의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던 조각가 손인환씨는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어 관심을 모았던 작가로 동포 작가들의 봄맞이 전시회의 포문을 열었다.

4월의 산뜻함을 더해 준 김원숙, 김정수씨 전시회

지난 4월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김원숙씨는 국내 일간지들에 개인 인터뷰가 소개되는 등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30년 전 홍익대 미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담하게, 선명하게 풀어놓았다. '감사와 즐거움의 놀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림자 천사', '정원에서 물을 주면서', '선물2', '뜰안에서' 등 편안하고 아름다운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림도 일종의 언어인데 다른 사람과 소통되지 않은 그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되물은 그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들은 쉽고 편안하다. 파란 담벼락 위로 새들이 날아들고 꽃이 만발한 정원 안 연못속에 물고기가 뛰노는 풍경, 그 곂에서 새들을 바라보며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여인의 모습(작품 '정원에서 물을 주면서'). 그림에 대해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친숙하고 아름답다며 좋아한다.
김원숙씨와 같은 4월에 김정수씨의 전시회는 '진달래전'이라 이름지어진 것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길과 정성이 베어있던 진달래전, 진달래술 등 추억이 담긴 진달래꽃들을 다양한 주제들로 그려낸 작품들이 소개됐다.
도시, 들판, 항구, 다리, 농가 등 곳곳에 흩뿌려 날리는 진달래꽃들을 표현한 그의 작품들 속에는 17년간의 파리 생활동안 가슴속 깊이 담아왔던 어머니와 어머니의 땅에 대한 그리움들이 고스란히 담겨 관람객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내면의 강한 정신을 표현한 노은임전, 동서양화의 벽을 뛰어넘은 류민자전

1970년 간호원으로 독일에 건너간 후 함부르크 국립조형 예술대학에서 작가로써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재독작가 노은임씨는 대학 졸업 후 수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작가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예술가인 그녀의 이번 전시회는 물, 불, 공기, 땅의 기본 4대 원소를 주제로 생명체로서의 동식물을 직관에 의한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전위적인 사고와 한국의 전통적 이미지를 함께 담아낸 그녀의 작품들은 진지하면서도 해학이 담겨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그녀의 작품속에는 최근 재혼을 통해 새로운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섬세한 감정과 어려움에 처해있던 시절 정신적 위안이 되었던 시구(詩句)들이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유럽 화단에서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가 만나는 가교', '그림의 시인'이란 평을 받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인 만큼 봄의 따스함 속에서 사람들의 메마른 정서에 상상력을 일깨워주었다.
한편, 서양작가 고 하인두씨의 아내인 류인자씨의 전시회는 부부의 작품이 한자리에 선보여 더욱 눈길을 끌었다.
류민자씨는 1970년 한국 현대미술 대가의 한 사람인 서양화가 고 하인두(1930~1989)씨와 ‘부부전-동서양화전’을 열며 등단했다. 화제의 전시회이자 장르 간 벽이 높았던 당시의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전시회로 꼽힌다.
이번에 열린 서울옥션 주최의 '5월 테마경매'는 '수중한 관계와 꽃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시회. 이 전시회에서 류민자씨는 고 하인두씨의 작품들과 함께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동서양화의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듣는 그녀의 '무제'라는 작품은 독특한 그녀의 작품들을 선호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동포작가들의 봄맞이 전시회 릴레이를 이은 재미작가 최동열씨는 오는 6월 16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인사동 선아트센터, 선화랑에서 진행되는 '최동열 작품전'은 봄을 넘어 여름으로 가는 문턱에서 화폭의 향기를 짙게 뿌리고 있다.
검정고시, 해병대 입대, 월남전 자원 등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는 최동열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서 그가 미국에서 해 온 회화와 판화, 지난 6개월간 경기도 이천에서 체류하며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그의 작품들은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체를 사용해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부각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물을 최대한 평면화시켜 단순한 윤곽선으로 처리하고 화면의 등장인물이나 사물을 강조, 다른 주변 요소들은 생략되거나 단일색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정물과 산수, 누드와 산수는실내 풍경과 바깥 풍경의 조화가 두드러졌다.
또한 정물에 등장하는 도자기, 병, 봄꽃들은 이천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느낀 정서, 인상을 담아낸 작품들로 또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다.
봄과 여름의 건널목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선보이며 눈길을 모은 동포작가들. 국내외에서 이름을 높여가고 있는 그들의 작품들이 다가오는 여름을 더욱 신선하게 만들었다. (15.2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