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차 재외동포포럼 <재독간호협회 50주년을 맞이하며>
상태바
제71차 재외동포포럼 <재독간호협회 50주년을 맞이하며>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03.28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행자 회장 “좋은 사례를 남기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재독간호협회 50주년을 맞이하며>라는 주제로 3월 25일 열린 제71차 재외동포포럼 (사진 박세정 기자)

3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제71차 재외동포포럼은 간호사 파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발제자인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은 “50년을 뒤돌아보며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독일 현지에 있는 2,500여 명의 회원들도 한 마음으로 감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파독 근로는 1966년에 시작됐다. 윤 회장은 “국가 차원의 파독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한국 학생과 간호사들이 독일 사회에서 부지런하게 일하며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었던 것이 성공적 파독 근로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 발제자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회장

당시 독일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이종수, 이수길 박사는 체계화된 의료 시스템에 비해 간호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을 보고 우리 학생들이 독일에 와서 배우고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종수 박사는 교회의 도움을 받아 두 명의 학생을 독일로 데려와 교육을 시켰고, 이수길 박사는 병원 원장과의 협의 끝에 한국에서 128명을 독일로 불러들였다. 이 때 독일 땅을 밟은 이들이 ‘파독 간호사 1진’이다. 

1966년 1월 31일, 128명의 파독간호사들은 모두 한복으로 갈아입고 비행기에서 내려 프랑크프루트 땅을 밟았다. 파독 간호사들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당시 프랑크프루트 시장은 “50년 후 내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올해 2월 2일, 프랑크프루트 시장은 파독 50주년을 기념해 파독 간호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000명 이상의 간호사가 독일로 향했다. 윤행자 회장은 “대부분 정년퇴직 때 까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까지 근무했으니 파독 광부들과 비교해도 15배 이상의 외화를 한국으로 보낸 셈이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 생활하며 여비를 한국으로 보냈다. 윤 회장은 “함께 일하던 사람들 모두가 월급을 타면 하루에 1마르크씩, 한 달에 30마르크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한국으로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밖에서 잘 벌어다 주더라도 나라 살림을 잘 하지 못했다면 발전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며 함께 고생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부터 다져가야 했던 그들은, 생소한 언어부터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까지 힘든 과정도 수없이 겪어왔다. 윤행자 회장은 “독일 땅을 밟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독일 국민들과 고국에서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늘 열심히 노력하고 매사에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간 사람들이 자리를 잘 잡아놓아야 좋은 기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성실하게 일했고,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대하는 상냥한 한국 간호사들을 보고 당시 독일 언론에서는 ‘백의의 천사들’이라고 보도하며 칭찬하기도 했다.

파독간호사들의 역사와 함께 ‘재독한인간호협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제13대 회장을 맡고 있는 윤행자 회장은 역대 회장들을 소개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또한 재독한인간호협회가 주최해온 행사들을 사진을 통해 살펴보며 회고하기도 했다. 1986년 파독간호 2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25주년, 30주년 등 주기적으로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40주년 행사는 성대하게 열렸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한간호협회 회장도 참석해 기념식을 축하했고, 삼성의 후원으로 기념집 <파독-파독 간호 40년사>이 발간되기도 했다. 협회는 한 때 소송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양립 상태로 운영되던 ‘한독간호협회’와 ‘재독한인간호협회’가 2015년 통합됨으로서 다시 안정을 찾고 화합·발전하고 있다.  

파독간호사들은 50년 동안 독일과 한국 양국 사회 발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있다. 재독한인총연합회 41개 지역 한인회 가운데, 19개 지역 한인회장이 파독간호사 출신이다. 어렵던 고국에 경제적 도움을 주었던 파독간호사들은, 독일 내 각 지역에 한글학교를 설립하는 데에도 독보적인 공을 세웠다.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문화사절단으로서의 역할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역마다 합창단, 풍물단, 무용단 등을 결성해 꾸준히 공연하며 독일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이민정책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독일 사회를 위해 ‘성공사례’로서 한국인들의 이민사를 교육하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습 위주의 독일 간호학을 한국의 학생들에게도 체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차세대 교육은 재독한인간호협회의 중요한 미래 가치다. 높은 교육열로 많은 한인 차세대들이 인재로 성장했고, 독일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모국의 청년들에게도 우수한 독일 간호 시스템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재독한인간호협회는 국내 대학과의 연계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보건대가 실습을 마쳤고, 광주보건대의 실습이 예정되어 있다.

파독 역사를 이야기하며 수차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윤행자 회장은 이야기를 마치며 노래 한 구절을 불렀다. 윤 회장이 ‘힘들고 고향이 그리웠을 때 불렀던 노래’라며 <고향 그리워>를 부르기 시작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합창하며 제71차 포럼이 마무리됐다.

이날 포럼에는 윤행자 회장 외에도 조남철 재외동포포럼 이사장, 임채완 전남대학교 세계한상연구단 단장, 조롱제 세계한인무역협회 상임이사, 홍성원 재외동포포럼 이사,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공동총재, 하영순 재유럽간호협회 회장·대한노인회 독일지회 회장, 박소향 재독한인간호협회 사무총장, 뮤지컬 <독일 아리랑>을 준비 중인 아리랑엔터테인먼트 대표, 정규숙 간협신보 편집국장 등 파독 간호사 역사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파독역사를 연구 중인 청주대 학생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재독한인간호협회는 5월 20일, 21일에 독일 에센에서 간호사파독 50주년 기념행사와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5월 2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재독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 재외동포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파독간호50주년 기념식과 토론회가 열리며, 5월 2일부터 8일까지는 국회의사당 로비에서 파독간호사 사진전이 열린다. 4월 27일에는 사전행사로 대학로 대한아르코극장에서 연극 <베를린의 빨간 구두>가 공연될 예정이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