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 운반하며 인간으로서 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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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 운반하며 인간으로서 성장했죠"
  • 이혜미 재외기자
  • 승인 2016.03.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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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인 교포들의 친구, 하원의원 윌리암 우

2001년, 상파울루 시는 2월 12일을 ‘한국 이민의 날’로 공식 선포했다. 하원의원 윌리암 우 (William Woo)의 역할이 컸다. 상파울루에서 출생한 윌리암 우는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고,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내와 살고 있다. 

대학생 시절 서핑에 관심이 생겨 서프웨어 가게를 운영하며 공학과 법률학을 전공한 그는, 야간 학교에서 수학·물리학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의 추천으로 시민 경찰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경찰 아카데미를 다녔고 Instituto Médico Legal에서는 “사람 시체를 운반하며 인간으로서 많이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에 은행 강도 사건이 7~10건이 발생하던 시절에 ‘최고의 경찰’로 당선되기도 했다. 

▲ 윌리암 우 하원의원 (사진 이혜미 재외기자)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나요? 

정치 쪽으로는 우연히 오게 됐습니다. 경찰 월급이 적어서 대기업 사장의 보안 책임자로 부업을 했는데, 지인의 소개로 그 당시 주지사로 있던 마리오 코바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늘 “사회는 종교, 교육, 정치의 3가지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리오 코바스의 격려로 1998년에 주 의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그의 공공 보안 사무국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이후 상파울루에서 시의원을 2회 지냈고, 상파울루 최고의 국회의원 10인에 뽑히는 영광도 얻게 되었습니다. 


한인 사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한국인인 아내를 통해 많은 한인들과 가까워졌습니다. 또한 정치활동을 하면서 좋은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습니다. 현재 보좌관인 샬롬 임을 비롯해 많은 한국 사람들과 일하며 항상 그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존경해왔습니다.

정치계에 입문할 당시, 저는 두 명의 한국 젊은이들(김범진, 박상윤)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들 덕분에 선거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들은 나의 수석 보좌관이 되었습니다. 10년간 상파울루 법률 책임자로 일한 김범진 씨에게는 올해 시의원으로 출마할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교민을 위한 대표로서 보안 관련, 사회 문제, 이민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제게 연락을 했습니다. 2009년에는 사면령을 통해 5만여 명이 영주권을 갖게 되기도 했죠. 

▲ 2월 16일, 재향군인회 브라질 지회 제6차 정기총회 이·취임식에서 인사말 전하는 윌리암 우 하원의원

경찰 출신으로, 현재는 정치인이십니다. 두 가지 일 모두 매우 어려울 텐데요.

두 가지 일 모두 최악의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필요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사회에서는 정치를 멀리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대표로서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 관리자가 없다면 국가는 멈춥니다. 다민족 국가이며 국민이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브라질(2014년 기준 145개국 중 15위)은 평화를 기반으로 세계를 이끌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교육적인 발전이 필요할 뿐입니다. 

최근에는 경찰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 가족들이 범죄자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가족의 안정 문제 때문에 두려움을 느껴 점차 활동 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저는 사회의 대표자로서 오랜 활동을 하는 동안 바람직한 결과를 맛보는 순간들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브라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승리할거라 희망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 윌리암 우 하원의원과 김범진(브루노 김) 씨

한국인과 브라질인이 서로에게 어떤 점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브라질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만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브라질인들에게 배울 점은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이나 발전 측면이 아닌 즐겁게 사는 방법을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질이 한국에서 배울 점은 교육입니다. 브라질인들은 매우 창의적이지만 실용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상파울루의 공공업무 애플리케이션 포우페이템포(Poupatempo, 시민홀)가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인터넷을 통한 공공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훨씬 앞서있습니다.  비슷한 것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와서 적용해 바로 진행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인들은 기회를 포착한다면 최고의 성과를 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브라질 은행 시스템을 보세요. 보안 강화를 위해 시작한 시스템 개발은 브라질 주요 은행들이 최고 수준의 e-banking을 소유하게 만들었습니다.  

원한다면 우리는 이룹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믿고, 우리 정치인들이 솔선 수범해야합니다. 그들은 모든 시민들이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또한 유권자들은 선거 공약을 잘 파악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벌’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발을 벗고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옳거나 그른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어릴 때 카톨릭 학교에서 공부했고, 벌도 받으면서 예의를 익혔습니다. 요즘에는 선생님이 강의하고 있는 중에도 등 돌려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는 교육을 통해 바꿔나가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금방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모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을 방문하신 적이 있지요?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의 현대적인 부분이 환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역 내의 상점들, 아…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 그래서 한국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한국 여성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경찰서에 방문해 장비를 봤는데 정말 훌륭했습니다. 식당에도 가봤습니다. 브라질에 있는 한국 식당만큼 맛있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체험을 좋아합니다. 거리 음식 먹는 것, 마시는 것 등. 한국은 천국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비빔밥이고, 제 아내는 냉면을 좋아합니다. 저는 뜨거운 음식을, 아내는 차가운 음식을 좋아합니다. 저는 매운 음식도 잘 먹고, 안 먹으면 허전할 정도로 김치를 좋아합니다. 밥과 김치를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아, 한국의 식사 예절과 술 문화는 정말 멋집니다. 한명이 더 이상 안 마시면 다들 멈추고, 대접하는 모습이 상대방의 대한 존경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 한국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슬픈 영화를 좋아하는데, 정말 슬픈 한국 영화들이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저는 “선한 사람들이 방관하면 악마가 승리한다”는 문구를 좋아합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후보를 지지하세요. 교육처럼 한국의 훌륭한 점을 브라질사회에 적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대중의 변화와 참여가 유일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은 더 많습니다. 나쁜 일들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크게 인식하게 되지만, 좋은 공무원, 사업가도 많습니다. 많은 브라질인들이 깨끗한 양심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미래를 위해 잘 보전해야 합니다. 해결하는 방법은 ‘도전’입니다. 현재 브라질의 정치적 능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을 후원하며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브라질에는 풍부한 자원이 있습니다. 거대한 바다, 토양을 가지고 있고 지진도 없는 축복받은 기회의 땅입니다. 브라질은 세계를 선도할 나라로 도약할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문제들도 겪고 있지만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각자가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갈 때, 무궁한 잠재력을 펼쳐 나갈 수 있는 나라임을 믿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신문 이혜미 재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