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캄보디아 대사관 신축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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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캄보디아 대사관 신축현장에 가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2.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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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신동아건설(주) 현장소장, 우리나라 대사관 건설에 무한한 자부심 느껴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아래 120명에 달하는 현지 근로자들의 일손이 바쁘다. 높다란 철근골조 위에는 근로자들이 개미떼처럼 매달려 있고, 레미콘 차량이 수시로 공사현장을 드나든다. 여기저기 망치소리에 거대한 중장비에서 쏟아지는 기계 굉음 소리 또한 요란하다.

 찾아간 곳은 수도 프놈펜 다이아몬드 섬에 위치한 주캄보디아 대사관 신축공사현장.

 약속시간에 맞춰 나타난, 다부진 체격에 낯익은 한국인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악수를 청하는 두툼하고 거친 손마디의 촉감에선 건설토목분야 현장전문가다운 포스마저 느껴진다.
 
 캄보디아 현지 건설업계에선 꽤 유명한 신동아건설(주) 하태경 현장소장이다. 평소 교민사회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만큼은 더없이 진중하고 침착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생 건설토목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어 현지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최고 건설전문가로도 손꼽힌다. 

▲ 하태경 신동아건설(주) 현장소장. 하 소장은 직접 우리 대사관 신축공사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오후 2시 뙤약볕인데도 아랑곳 않고 그는 공사현장을 진두지휘하느라 여전히 분주하고 바쁜 모습이다. 작업복에 배인 땀마저 금세 마를 정도로 뜨거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벌써 6개월 넘게 휴일도 없이 오직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태양 빛을 피해 하 소장의 안내로 컨테이너로 만든 현장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을 쐬니 천국이 따로 없다. 시원한 물 한 컵까지 얻어 마시니 이제야 혼미했던 정신이 자리로 돌아왔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조감도가 보이고, 건축개요를 적은 A3사이즈 서류 한 장이 기자가 앉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대사관 청사는 약 4,607m²(관저·별동 포함), 지하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건축될 예정이다. 주차장은 35대 정도 수용할 수 있다. 총공사비용은 1천 22만 2천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0억 원이다. 현재 약 17% 정도 공정이 마무리된 상태라는 그의 설명이 차근차근 이어졌다.

 새로 지어지는 대사관 청사는 문화전시공간을 구비한 쾌적한 환경의 민원실과 도서관,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홀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다목적 홀은 개천절 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와 문화공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15년 8월 15일 청사 및 관저 기공식 당시 김원진 대사는 축사를 통해 “새로 짓게 될 대사관을 양국 간 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우리의 품격과 이미지 높이고 한류를 더욱 심화 발전 기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화공연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다목적 홀이 생긴다는 사실에 교민사회 역시 새 대사관 건물에 대해 거는 기대감이 사뭇 큰 상태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다이아몬드섬에 위치하게 될 우리나라 대사관 청사 및 관저 신축공사 현장 모습.

 돌이켜 보면, 대사관청사를 새로 짓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당초 계획보다 3개월이나 늦춰진 지난해 8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첫 삽을 뜰 수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우기철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하에서 물이 많이 새어 나와 물막이 공사와 파일공사를 하느라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게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설계까지 일부 변경한 탓에 다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까먹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모든 공사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당초 목표대로 공사를 마무리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상태다. 다시 우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골조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하 소장은 지금 공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올해 11월 16일쯤 관저를 포함한 모든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올 연말에는 새로 지은 대사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희망을 주는 말이다. 하지만 10월초 교민들을 대거 초청한 가운데 국경일 행사를 열고 싶다던 김원진 대사의 소망은 사실상 이루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어려웠거나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하 소장은 “내구재는 무관세를 통해 거의 100% 한국에서 들여오는데 현지 사정상 자재 배송이 조금 늦어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다. 업무협조도 비교적 잘되는 편이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5월말쯤 골조공사를 비롯한 외부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별도로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대사님이 격려차원에서 현장에 돼지 한 마리라도 보내주시지 않겠냐?”며 특유의 넉살을 발휘했다. 평소 사석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보이던 소탈한 모습 그대로다.

 하 소장은 현재 다른 공사수주는 차치하고, 오직 대사관 건축공사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사관 건물을 직접 짓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대단해보였다.

 “사실 큰돈을 벌 수 있는 공사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사관을 내가 직접 만든다는데 대해 큰 긍지와 보람을 느껴요. 우리나라 대사관을 잘 지어야만, 우리 회사의 대외신뢰도와 이미지도 함께 올라 갈 것이고, 무엇보다 제 평생 이력에도 따라갈 이름이기도 하니까요.”

 하 소장이 두툼한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그는 나중에 꼭 소주 한 잔 하자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안전모를 눌러 쓴 그의 구릿빛 미소 속에서 커다란 믿음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자긍심과 더불어 우리의 국격에도 어울리는 멋진 대사관 건물이 지어질 것이란 확신마저 든다.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임에도 기분이 참 좋아지는 오후다.

▲ 신동아건설(주)시공으로 금년 말 완공 예정인 주 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