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건설한 캄보디아 앙코르 박물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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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건설한 캄보디아 앙코르 박물관에 가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5.12.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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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달러 들어갔다는 소문도 무성, 10년 안에 투자원금회수 가능할지 의문

 

▲ 북한이 짓고 운영까지 맡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립에 북한만수대 해외창작사가 건립한 앙코르 박물관이 지난 4일(현지시각)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내 언론들이 이 박물관을 가리켜 ‘북한박물관’ 으로 통칭해 불렀지만, 실제 이 박물관의 공식명칭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Angkor Panorama Museum)‘이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건설을 주도해 건립해 운영까지 맡게 된 이 박물관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3㎞ 떨어진 지역 4헥타르 땅에 지어졌다. 북한이 해외에서 벌인 건설 사업으로는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로 평가된다. 북한 측은 앞으로 10년간 박물관 운영을 통한 수입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며, 그 이후에는 캄보디아 정부에 무상기증하게 된다.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은 지난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최근에서야 뒤늦게 완공했다. 공사비용은 대략 1,000만 달러 정도로, 우리 돈으로 약 120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현지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이 사업과 관련이 있는 현지인 고위 관계자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최소 2배 이상인 2,200만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당초 발표보다 비용이 더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박물관 주변 주차장 문제와 관련 부지를 추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 앙코르 박물관내 유화작품 전시코너의 모습(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세계적인 앙코르와트에 북한이 직접 박물관을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캄보디아 국부로 알려진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과 북한 김일석 주석과의 오랜 우정에 기초해 우호협력차원에서라는 게 그동안 알려진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각에선 그저 단순한 ‘외화벌이’ 차원이라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경제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앙코르와트 박물관 사업이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수익사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현지에선 이러한 외신의 분석이 나름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비싼 입장료 탓이다.
 
 실제로 가보니 박물관 내 그림과 각종 조형물 감상은 무료지만, 관내 파노라마관과 3D관은 별도의 매표소를 설치해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었다. 외국인과 현지인들에게 입장료를 차별 적용하는데, 외국인은 미화 15불을 내야하며, 현지인은 8불은 내야 한다. 3D 박물관은 외국인 5불, 현지인은 3불이다. 게다가 3D 영화관도 상영시간이 고작 20분 안팎이다.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인 것만큼은 사실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역시나 부담스런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 북한에서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는 50여 명의 만수대창작사 소속 전문가들이 파견되어 박물관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한편, 일본의 NHK 방송은 앙코르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파노라마관 입장료가 15달러로 앙코르와트를 찾는 연간 방문객이 400만 명에 달하는 걸 감안한다면, 북한이 투자 원금을 전부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10년 안에 과연 그 많은 투자금을 뽑을 만큼 수익을 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일부 외신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훨씬 더 우세하다.
 
 그 이유는 현재 앙코르와트 매표소와 앙코르 박물관이 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당초 북측은 기존 앙코르와트 매표소를 박물관 쪽으로 이전, 앙코르와트 입장료에 박물관 입장료를 포함시켜 앙코르와트 관광객들이 모두 박물관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다. 원래 앙코르 입장료 20달러(1일권 기준)에 박물관 입장료 5달러를 더해 25달러를 일괄로 받는 방식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캄보디아측이 협상 진행과정에서 막판에 갑자기 난색을 표하자,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본 건물 내부공사가 지난해 말 거의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연기 끝에 금년 연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완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 전통한복을 입고 완공기념식에 참석한 북한식당 여성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결국, 북측 입장에서는 최소 120억 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해 현재로서는 입장료를 비싸게 받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입장권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현지여행사들을 찾아가 봤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행사대표에게 한국인관광객들에게 앙코르 박물관을 안내하거나 여행상품으로 팔 계획이 있느냐 질문해봤다. 이에 대해 대부분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 ‘옵션상품’(선택관광)으로 끼어 팔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게다가 가격대비 만족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돼 관광객 손님들로부터 컴플레인(불만성 항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들이 보인 공통된 시각이었다. 가격을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낮춘다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대부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짧게 대답할 뿐 별다른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전통 마사지 상품을 파는 게 더 낫다고 대답하는 한국인 가이드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현지 한국여행사 대표 김 모 씨는 “과거 2000년대 초반 씨엠립에 북한 식당이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손님이 없자, 결국 참다못한 북한 식당 책임자가 한국인 여행사에 제 발로 찾아와 ‘커미션’을 줄 테니 손님 좀 보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며, “예상보다 방문객수가 적어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면, 결국에는 과거 북한 ‘평양랭면’ 식당처럼, 여행사나 가이드들에게 손님 모객에 따른 수수료를 따로 주는 방식으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관광객들을 유치하려 애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별개로 북한의 박물관 운영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워치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에 인권사각지대인 북한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캄보디아의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에 관광객들은 절대로 북한 박물관을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앙코르 파노라마관에 전시된 앙코르 시대 군인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황동작품(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한편, 이날 북한박물관 완공식 행사에는 앙코르유적 보존당국 총괄책임자이자 부총리인 속안 관방부장관과 주캄보디아 북한대사인 홍기철 대사가 참석했다. 홍기철 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북한박물관이 김일성주석과 고 시하누크국왕 간의 특별관계에서부터 이어진 양자 간 우호협력관계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기대와 달리 이 북한 박물관이 이미 과거 역사가 되고 만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마지막 유산’이 될 것으로 보는 현지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2013년 친북 성향의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 사후 교역은 물론이고, 양국 간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만수대 창작사는 세네갈,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에서 독재 권력자의 기념탑 등 상징물 건축으로 1억6000만 달러의 외화 수입을 얻는 등 북한식당에 이어 또 다른 외화벌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앙코르 파노라마관에 전시된 앙코르시대를 주제로 만든 작품(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 앙코르 파노라마관에 전시된 12세기 앙코르와트를 건립하는 과정을 재현한 작품. 캄보디아 앙코르기술위원회의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재외동포신문 박정연 재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