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만든 패륜
상태바
돈이 만든 패륜
  • 코리아나뉴스
  • 승인 2004.05.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미국의 어머니날 그리고 한국의 어버이날이 모두 5월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이란 그 귀중함과 따뜻함을 평소에도 다들 알고 있지만 이런 행사들이 있으므로 해서 더욱 실감나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기자회견이 지난 5월 5일에 있었다. 즉 아버지인 송인규 옹(88세)이 자신의 장녀와 외손자와 외손녀 등 가족을 법정에 고발하고 그 사실을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 가정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바로 돈이 만든 비극이었다. 권력은 부자와 형제간의 살생도 마다하지 않더니 돈은 이제 부녀간의 관계도 이렇게 비극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이 가장 우선 순위를 차지하지만 그래도 한인타운에 이런 비극이 생길 줄은 그 누가 알았을까?
이에 본지는 그 자세한 내용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 효녀였기에 더 믿었다
기자회견은 5일 오전 11시 뉴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원고 송인규 옹과 원고 측 김재수 변호사가 동석한 가운데 고소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송인규 옹은 연세에 비해 건강하게 보였고 말씨도 아주 깔끔하고 빈틈이 없었다.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나갔다.
송 옹은 "저희 집안에 관한 얘기들을 여러 선생님들 앞에 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자녀들에게 가정교육을 잘못시킨 탓이고 모두 저의 부덕의 소치인줄 잘 압니다. 그러나 다시는 제가 당하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동포사회에서 발생해서는 안되겠기에 저의 치부인줄 알지만 부득이 법정에 호소하고 또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라며 운을 떼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송인규 옹이 젊은 시절부터 법원 일반 간부 20년, 법무사 생활 20년 등 총 공무원 생활 40년에 걸쳐 모아둔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한국 돈 약 4억원을 딸에게 보내주었는데 딸 문사라(69세)와 외손녀인 송지연(약 42세)과 잔 송(약 46세)이 이를 갚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유기 방치한 사건이었다.
송 옹은 "문사라와 송지연은 한국은 북한 핵문제로 전쟁 위험도 있고 화폐개혁도 있을지도 모르니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공해가 심각한 서울보다 공기 좋은 LA로 와서 여행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내면 정성을 다해 봉양하겠다는 것입니다. 한 두 번이 아니고 수십 차례 간곡하게 얘기를 해 왔습니다. 예전의 딸 사라는 그렇게 효녀일 수가 없었으니 믿었지요. 저는 모두 6남매의 자녀가 있습니다. 3남 3녀인데 사라가 맏딸이라 더 정이 가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 동안 문사라가 제게 보낸 아주 감동적인 편지도 많이 있었는데 어디에 다 치웠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 멀쩡한 노인을 치매환자로 몰아
더 억울한 일은 딸에게 돈도 빼앗겼지만 이들 가족으로부터 냉대와 괄시 그리고 치매환자로까지 취급받았다는 사실이다.
송 옹은 "제가 딸집에서 함께 살 때 그들이 식당을 한다고 저한테 발려간 돈이 약 3십만불이었습니다. 이들은 저의 3십만불, 은행에서 융자한 3십만불, 그리고 자기네 돈 3십만불 등 모두 9십만불로 식당을 개업했고 이제 식당의 가치가 약 1백십만불 정도가 되니 팔면 할아버지 몫으로 십만불은 드릴 수가 없고 8만불을 얹어 모두 38만불을 드리겠다고 약속도 하더군요. 또 이자 조로 1천불씩 매월 주던 것도 그만두더니 딸 사라는 자신의 아들인 시카고의 문경표 집으로 피신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만날 수도 없고 연락도 되지 않다가 송지연 마저 자신의 어머니인 사라 문의 병간호를 한다고 시카고로 떠나고 없었습니다. 저희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인근의 햄버거, 피자, 빵 등으로 연명하다가 지난 2004년 1월 30일 오후 4시 50분 경에 송지연 부부로부터 강제로 끌려나와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학대행위이기에 저희 집안의 창피를 무릅쓰고 사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저희 남매들에게 아버지가 치매증에 걸려 수발이 어려우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엉뚱한 짓을 한 것입니다."라며 너무 억울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회견 동안에도 조금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지 않았고 아주 분명한 기억력을 보여 치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시카고에서도 문전박대
한편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막내 딸 송우섭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참 이런 일이 발생해서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라 언니는 예전에 이렇지 않았습니다. 미국 가서 살면서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1987년에 한국에서 경제적인 파산을 하고 미국에 갔는데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고 거의 두절된 상태로 지냈지요. 그러다가 약 10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되고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버지가 미국에 가신 후에 간간이 통화를 하며 지냈지요. 그런데 그 때마다 사라 언니는 집에 없는 거예요. 뭔가 이상하고 조짐이 심상치 않아 시카고 조카에게 전화를 했는데도 답이 없어 변호사를 하고 있는 경표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팩스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 언니 이름으로 팩스로 답이 왔는데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고 포악해져 더 이상 모실 수가 없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서울의 3남매가 미국의 경표 집으로 갔지요. 그랬는데 문전박대와 함께 얼마 후 경찰이 와서 접근금지 위반으로 4명을 붙잡아 갔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영어도 통하지 않아 정말 이런 일이 세상이 있을 수 있나하는 한탄만 하였지요. 얼마 후에 통역이 오고 이것저것 조사한 후에 풀려 나왔고 LA에 돌아와 아버지와 이틀을 보낸 뒤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아버지가 한국에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는 '배신 당 할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야지 이거 사랑하던 딸에게 이렇게 당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 눈을 감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도 푸념하십니다. 저희도 언니가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아버지가 그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라지요.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텐데 말입니다."라며 못내 아쉬워 말끝을 바로 잇지 못했다.

◎ 송지연 측에선 그런 일이 없다
5일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일보의 이석호 기자가 "송 선생님의 기자회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가족간의 갈등을 자꾸 이렇게 기자들을 불러 회견을 하는 저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은데요"라는 질문을 하자 송인규 옹은 화를 내면서 "이것을 어떻게 갈등이라고 표현합니까? 제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처음엔 억울해서 이런 사실을 알리려 했고 이번에는 국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소를 한 것이지요."라며 갈등이란 어휘에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본보도 수 차례 문사라, 문경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대답이 없었고 송지연씨는 처음엔 욕설까지 퍼부으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다시 정중히 질문을 하자 변호사 트로이 안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통화하라는 것이었다.
트로이 안 변호사는 "제 고객인 송지연씨는 송인규 할아버지가 30만불을 빌려주었고 학대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돈을 빌린 적도 없고 만약 서류가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할 일이지 왜 기자회견을 하고 망신을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오히려 할아버지 때문에 어머니 문사라씨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시달려 시카고로 피신하고 접근금지 명령도 신청한 것입니다. 언론이 마치 모두를 패륜아로 취급하고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그러는데 저흰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요."라며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조용하고 간편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반면 송 옹 측 김재수 변호사는 "은행의 기록이 있는 만큼 승산이 높은 소송"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제 자녀와의 돈 거래도 영수증을 받거나 공증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모양이다. 주지 않은 돈을 주었다고 우기는 부모는 현실적으로 드물 것이다. 한국의 재벌회사들도 돈 문제로 형제간에, 숙질간에, 심지어 로켓트표 건전지 회사는 어머니와 아들간에도 대단한 법정다툼이 있었다.
돈! 귀하고 필요하지만 이렇게 인간을 황폐케 해서야 되겠는가? 그래도 돈이 좋다고들 한다. 〈뭐니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며.
※ 이 기사는 미 전국의 미주신문인협회 언론에서 동시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