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의 느낌이 같다는 것은 그 작품에 진정성이 스며있다는 것이다. 작품들을 다시 둘러보고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그 진정성이란 게 거저 생긴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창작작업을 하기 전 어린시절부터 ‘염원’과 ‘기원’이란 테마에 관심이 있었어요. 일정 때 오빠가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는데(김윤신 작가의 오빠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해방 후 군수기지사령관 등을 지낸 김국주 전 광복회 회장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독립운동한다고 타지에 나가 있으니 우리 엄마가 늘 장독대에서 기도를 했어요. 그 모습을 많이 보고 절대자에 대한 기원과 믿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창작 시에도 그 화두가 떠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염원’과 ‘기원’을 예술에 도입해 토템적 형태를 조각해 보기도 하고 부적을 인용해서 판화 작업도 하곤했다. 그러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후 가톨릭에 귀의했고 믿음 속에는 성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전에는 몰랐던, 내 속에도 하느님의 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기도란 것인 하나님과의 대화란 것을 진정으로 알게 됐어요. 성령을 통해 내 영혼의 활동이 예술적 창작열로 변해서 움직여야 진정한 작품이 나온 것도 터득하게 됐죠.”
놀랍게도 그런 교감의 순간이 우연히 전시관에서 일어났다. “처음 보는 수녀님 한 분이 전시관에 왔는데 아침 11시에 와서 오후 4시까지 계시더라고요. 그 수녀님 말씀이, 작품을 보면서 하느님의 부활하심을 찾아내고 눈물이 났다고 하더군요. 그런 교감을 느낀 후 하느님의 섭리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사실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끼게 됐어요.”
김윤신 작가는 창작을 하느님과 교감하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고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운다. 완전히 속을 비우고 깨끗하게 아무것도 없을 때 나무건 돌이건 주어진 재료를 본다. 찬찬히 보면 어느 순간 와 닿는 느낌이 있고 그 때 작업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톱을 들기 시작해요. 어느 부분을 잘라내면 없었던 공간이 생겨요. 그 공간에서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그 공간에 이어 다음 공간이 보여요. 잘라내면 또 다른 공간이 생기고 또 다른 느낌이 나오죠. 그렇게 느낌에 따라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길이 보여요. 그래서 난 작업을 하느님과 교감하는 기도라고 생각해요.”
김윤신 작가가 재료로 사용하는 나무들은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빨로 산토, 알가로보 등 남미 원산 목이다. 빨로 산토는 아주 단단하고 돌처럼 무거워서 물에 가라앉는 나무다. 큰 배 밑의 베아링 부속으로 쓰일만큼 튼튼하다. 힘 센 남자라 해도 완력만으로는 쉽게 자를 수 없다. 김윤신 작가는 이런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자르며 능숙하게 다룬다. 오랜 동안 나무와 생활을 해 오면서 나무의 결과 성질을 알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전시회 안내 '김윤신 화업 60년'전은 서울 서초구 흰물결갤러리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린다. 개관시간 : 월~금 오전 11시-오후 8시 / 토 오전 11시-오후 6시 / 일, 공휴일 휴관 |
김지태 한인경제 편집국장 jtsumm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