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동포담당 비서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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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동포담당 비서관이 필요하다
  • 김제완
  • 승인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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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5월14일자에 이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위 주소를 클릭해보세요.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들은 해외동포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외국에 망명하며 동포들과 같이 생활한 경험도 있다. 두김 정부때에는 요직에 동포출신들을 중용하고 각각 재외동포재단과 재외동포법을 치적으로 남겼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취임전에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어서 동포들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재외동포에 대해서 무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동포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재외동포법 개정과정의 혼란속에서 노대통령의 동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경제구조에 편입돼 있는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700만 해외동포사회와 상생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현재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있는 전봉근씨는 지난 김영삼정부 시기에 5년동안 재외동포담당 비서관으로 일했다. 전씨는 당시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국제안보 담당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이후에 재외동포담당 비서관을 겸직하게 됐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97년 발족한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담당 비서관제의 성과로 꼽힌다. 당시 각 부처의 치열한 이해다툼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었다면 재단 발족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동포문제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김대중정부 들어서 외교부 관리가 전씨의 후임자로 오면서 재외동포 비서관 자리가 없어졌다. 그뒤 99년 재외동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 국내외에서 물의가 일어났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올해 2월 법이 개정되기까지 국내와 동포사회가 큰 혼란을 겪었다. 재외동포 담당 비서관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댓가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선 정부들이 재외동포에 대한 큼지막한 치적을 하나씩 남겼다면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의 몫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재외국민 참정권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300만 재외국민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는 일은 참여정부의 정신에도 잘 들어맞는 과제이다. 이미 동포사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이 문제는 상당히 진전을 보고 있다. 지난해 선관위에서 내놓은 정치개혁법안에는 구체적인 실시방안이 담겨 있다. 80만에 이르는 유학생 주재원등 단기체류자들에게 먼저 부여하자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실무를 담당해야 할 외교부에서도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입각해 보면 4년후에 있을 대선과 총선에는 재외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외교부 선관위등 유관기관의 업무조율과 대국회관계등의 업무가 예상된다. 이뿐 아니다. 국내와 국외 국민들사이의 의견 차이, 국외동포들 사이의 의견 차이등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잘못하면 재외동포법 개정때와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재외동포담당 비서관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해묵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내에 산재해 있는 동포관련 사업의 통제와 조정업무이다. 동포들은 정부내에 동포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어느곳인지 알수가 없다는 말을 한다. 불법체류 중국동포와 출입국 관련문제는 법무부가, 재외동포 정책과 영사문제는 외교부가, 재외동포 관련 실질적인 사업은 재외동포재단이, 이외에 재외동포 교육 문제는 교육부가, 심지어 재외동포체전은 문광부의 예산으로 치뤄지고 있다. 이같이 분산된 업무를 총괄해야할 기구가 정부내에 어디에도 없다. 정부내 최고 심의기구로 총리가 위원장인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있으나 지난 99년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국회내에 재외동포특위를 설치하는 문제도 실현되지 않았다.

곧 청와대를 새로 개편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집권 2기를 새로 시작하며 내각과 청와대를 일신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때가 청와대 내에 재외동포 담당 비서관을 두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기회이다. 이번만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재외동포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