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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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를 아시나요."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5.03.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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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사는 치매 초기 김인배 할아버지 망향가.."외로워…한국 가고 싶다"

▲지난달 26일 LA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방 한켠에서 김인배(77) 할아버지가 한국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사진=LA중앙일보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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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떠난 자책감에 눈물만…신분증명 안돼 여권 못만들어
 
  김인배(77) 할아버지는 한국에 가고 싶다.

  "1939년 12월 26일. 아니 17일, 27일인가…" 생년월일을 묻는 질문에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질 않나 보다. 한국에서는 어디에서 살았느냐는 질문에는 "인천 특별시 중구 중앙동 95번지"라고 했다. 김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한국 주소인데,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인지, 태어난 곳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할아버지는 치매 초기다. 살아온 그의 모든 과거는 희뿌옇다. 오락가락하는 기억 속에, 그가 뚜렷이 기억하는 이름이 있다. 광희, 종진, 성수, 소연…. 부인과 아들, 손자, 손녀라고 LA중앙일보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뱃사람이었다. 40년 전 수많은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에서 일하는 선원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먹고, 마시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뱃사람의 낭만을 만끽했다. 롱비치항에 정박하고 있는 타고 온 배로 1주일안에 복귀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신세계가 너무 좋아서 눌러 앉았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불법체류 인생이 시작됐다.

  한때 6명의 직원을 둔 수영장 청소 업체를 운영했다. 번 돈의 일부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보내기도 했단다. 그 당시 가지고 있던 한국 집 전화 번호로는 이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족들은 소식을 끊었다. 그래도 '나중에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이 몇 개 없다. 한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신분증이 없으니, 한국행 여권을 만들 수가 없다. LA총영사관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증명돼야지만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승호 민원 담당 영사는 "안타까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원칙상 지금 여권을 받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본국에 요청을 해보겠지만 여권을 받을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아니 가족을 버린듯한 자책감에 홀로 된 김 할아버지는 눈물만 흐른다. 70대 후반인 나이에 가족은 '모든 것'으로 다가왔다.할아버지의 꿈은 조국땅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는 LA한인타운에 14명의 한인 노숙자들이 군거하는 셸터 비슷한 곳에 머물고 있다. 올해로 3년째다.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한국에 가고 싶어…. 자판가게가 생각나네, 수술도 받았었는데, 야구공, 뚱뚱이와 홀쭉이…, 가족이 보고 싶어." 

  편집국 기자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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