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의 한국문화 전도사’ 박병숙 리태권도한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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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의 한국문화 전도사’ 박병숙 리태권도한글학교장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2.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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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1년 앞둔 리우데자네이루, 한국 문화 지원 절실”

▲ 김치 담그기 실습하는 브라질 학생들(사진=이석재 기자)

  브라질 인구는 약 2억 명이다.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땅을 가졌다. 27개 주로 이루어진 전국에 걸쳐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아프리카, 중국, 일본, 한국 등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한 나라안에 많은 국가와 민족의 문화가 공존해 있어 국가마다 자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크고 작은 행사가 끊이질 않는다.

  이곳 브라질에도 한국의 문화를 현지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 한국문화원이 상파울루에 개원됐다. 하지만 거대한 국토를 모두 전담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주에 있는 도시에서는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게 쉽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에도 한국문화원이 없다. 2016년 하계 올림픽이 치러지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도시이지만 상파울루와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한국문화원의 직접적인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일종의 한국 문화 난청 지대인 셈이다.

  이곳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악한 환경속에서 한국문화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한국인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권도 사범이었던 남편의 뜻 이어받아….

▲ 박병숙 리태권도한글학교 교장
  박병숙 '리태권도한글학교' 교장은 1981년 자녀들과 함께 브라질 땅을 밟았다.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입국한 남편 이남호 씨를 따라온 것이다.

  리우에서 활발하게 태권도 보급을 하던 이남호 사범은 2006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과 사이에 2남1녀가 있었다. 그러나 박 교장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큰 아들과 함께 남편의 태권도장을 운영하게 됐다.

  태권도에 대해 거의 몰랐기 때문에 말못할 고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태권도장을 맡아 운영해달라는 이 사범의 제자들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 칠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충은 적지 않았다. 브라질인들의 생김새를 구분하지 못해 그들의 띠마다 한글 이름을 적어 구별했다. 태권도는 한국어가 국제 공인어로 통용되기 때문에 언어적인 어려움이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브라질인들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잦다 보니 한글을 제대로 전달해야 겠다는 사명감이 커졌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게 됐다.

  박 교장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브라질 어린이들을 입양한 뒤 자신의 호적에 올려 어른이 될 때까지 정성을 쏟아 양육했다. 그렇게 키운 자녀들이 십여 명. 이들은 모두 박 교장을 '엄마'라고 부른다.

  한글학교는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입소문이 나면서 사범 20여 명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가득 들어찼다. 현재 100여 명이 한글과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90% 이상이 현지인들이다.

  한인 동포가 거의 없는 리우데자네이루는 리태권도한글학교 외에 한인교회 한 곳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교민자녀나 주재원 자녀들이 다닌다.

  '문화강국' 한국, 애타게 찾는 브라질 학생들

▲ 한글을 쓰고있는 브라질 학생들
  박병숙 교장은 "한국어를 잘하면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이점이 있다"며 "현지 대학생들은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을 제일 큰 희망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리태권도한글학교를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도 10명이 넘는다. 또한 앞으로 한국으로 유학가기 위해 2명이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브라질에 활발히 진출을 하고 있어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알려고 노력하는 브라질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박 교장은 정기적으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상영한다. 학생들은 다같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국 음악과 춤에 관심 있는 아이들은 노래를 틀어놓고 춤과 노래 연습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매주 한 번씩 한국 음식 강좌도 연다. 사비를 털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크지만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한국음식을 배워 한국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수강생의 말을 듣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교육원의 도움도 한 몫 한다. 교육원은 사물놀이팀이나 한국무용팀들을 보내 공연을 개최하기도 한다. 박 교장은 "아이들 중에는 사물놀이나 국악, 한국무용, 서예 등 전통 한국문화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의 바람을 충족 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많이 한국 알릴 터"

  박병숙 교장은 "남편이 학교 건물을 물려주고 떠나서 월세 걱정 안 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자만 교육원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해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한글 수업을 듣고 있는 브라질 학생들
  한글학교는 정해진 교실이 없다. 식당이나 체육관에 모여 배우고 익힌다. 학생수가 늘다보니 교재도 많이 부족하다.

  음식 강좌를 할 때에는 눈치 빠른 학생들이 학교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을 알고 고사리손으로 십시일반 재료를 사오기도 한다. 한국 음식을 한가지라도 더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사물놀이나 서예, 전통 도자기 공예, 전통무용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며 "상파울루에 있는 한국문화원과 대한민국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더 기울이고 도움을 주면 이곳 리우데자네이루에 한국을 더 많이 알릴 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6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리우데자네이루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리우데자네이루에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알릴만한 마땅한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현지 교민들은 입을 모은다.

  박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한국의 모습과 문화를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한 브라질 학생이 기자에게 다가와 '가야금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기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유명한 예수 동상과 코파카바나 해변에 자리한 세계적인 관광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지금 리우데자네이루는 한국 앓이에 빠졌다.

▲ 한국 문화 전달하는 '리태권도한글학교(교장 박병숙)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이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