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브라질 월드컵 응원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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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브라질 월드컵 응원전 이야기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4.11.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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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라질 한인회 나성주 부회장

▲ 군경사령부 앞에서 응원하는 한인들

몇 달 전 이곳 브라질에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바로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월드컵이다. 브라질 월드컵은 개최하는 날까지 데모가 있을 정도로 브라질 국민들의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 큰 문제없이 치러졌다. 비록 한국은 기대 이상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브라질 교민들의 단합된 힘을 엿볼 수가 있었다.

브라질 한인회는 한국팀의 승리를 위하여 월드컵 지원위원회라는 특별부서도 만들어 한국팀의 경기를 교민들과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해 응원했다. 브라질 한인회의 홍보와 기획을 맡은 나성주 부회장을 만나 지난 월드컵 교민들 응원과 2016년 다가올 브라질 올림픽을 맞이하여 조금 더 발전된 교민들의 응원을 위한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왼쪽부터 박남근 한인회장, 가수 김흥국, 나성주 한인회 부회장, 이세훈 한인회 부회장

┃ 월드컵 교민 응원전 준비와 진행
한국전 응원을 위하여 한인타운인 봉헤찌로 지역에서 장소를 물색했다. 교민들과 현지인들이 하나가 되어서 응원하고, 응원전에 참석한 사람들의 치안 문제를 생각하니 자연히 상파울루 군경사령부 앞 공원에서 응원전을 펼치게 됐다. 한국 응원전을 군경사령부 앞에서 치르려고 허가신청을 했고 상파울루 군경사령부 측은 호의적으로 허가 신청을 받아 주어서 치안 걱정 없이 응원전을 펼칠 수가 있었다.

응원전에는 불고기, 떡볶이, 어묵, 부침개, 닭강정, 김밥, 뻥튀기 등의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준비한 먹거리 장터도 병행 운영하여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기도 했다. 브라질에 진출한 빙그레사에서 다량의 메로나 아이스크림과 붉은악마 응원복도 후원했고, 응원전에 앞선 사전 행사에서는 케이팝 공연도 선보여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대중가요도 알렸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응원을 했지만 어떠한 불미스러운 사고도 없었고, 응원이 끝난 후 응원에 참석한 사람들과 자원봉사단들이 공원을 직접 청소하는 질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응원전은 한인 2,500명과 현지인 1,000여 명이 참석했다.

┃ 직접 가서 응원한 뽀르뚜알레그리 알제리전
버스로 22시간 이동해야 하는 먼 거리였다. 브라질 현대자동차에서 대형버스 2대를 제공해주어 교민들 100여 명이 편안하게 경기장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교민들은 휴게소에서 한국 컵라면도 먹고 다같이 승리를 위한 기도도 하며 응원에 대한 계획들도 논의했다. 뽀르뚜알레그리에서는 한국에서 온 150여 명의 붉은악마 응원단과 합류하여 한국전의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응원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보니 브라질에 사는 아랍인들이 알제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알제리를 응원하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응원 인원으로는 열세였다. 응원단들의 좌석 배치도 우리 한국은 골대 뒤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알제리 응원단들은 경기장 가운데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인회가 서로 공조를 했다면 우리 응원단들이 더 좋은 자리에서 응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아쉬웠던 한국 매스컴의 월드컵 취재
한국에서 뉴스를 비롯하여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이 취재하러 왔다. 강호동의 ‘우리 동네 예체능’도 왔었다. ‘우리 동네 예체능’은 교민들과 운동회도 하고 노래자랑도 했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많은 부분이 편집되어 아쉬웠다.

뉴스의 경우는 자체에 어떤 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월드컵에 관한 부분만 취재를 하고 갔다. 교민들의 응원전에 대한 생생한 중계나 월드컵을 바탕으로 우리 교민들을 조금만 더 취재를 해줬더라면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인종차별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이 조금 더 힘을 얻고 또한 애국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아쉽다.

┃ 관광객들을 위한 한인회의 준비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교민 민박과 더불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치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별로 이용하지 않고 호텔을 이용했다는 점이 좀 아쉽다.

한인회에서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하여 한식당과 한국식품점이 표기된 한인타운 가이드도 만들었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비상연락망도 가이드에 표기했었다. 다행히 불미스러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 2016년 올림픽을 응원할 차기 한인회에 전하는 메시지
교민들의 힘만으로는 수준 높은 응원전을 치르기 힘들다. 대한축구협회와 한인회가 서로 도와가며 많은 의견을 교환하며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는 공조적인 부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 올림픽은 차기 한인회가 담당할 것이다. 차기 한인회는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대한체육협회와 공조하여 응원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매스컴들은 경기의 취재만이 아닌 경기가 치러지는 국가의 우리 한인 교민들의 모습도 취재하여 남의 나라에 사는 설움을 보듬어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응원을 효율적으로 치르려면 각 부서에 전문성을 가진 팀장을 선출하고, 포르투갈어에 능통한 젊은 인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언어 소통에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 치안에 관한 부분도 브라질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인 자체가 발 벗고 나서야 교민들과 관광객을 리오에서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아쉬움이 남는 월드컵 응원전
성공적인 응원전을 위해 한인회에서는 월드컵지원위원회라는 부서를 별도로 신설하였고 홍보, 운영, 차량, 응원, 접대 등 여러 부서에 팀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팀 활동에 대해서는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팀장들이 생업에도 종사해야 하므로 응원에만 열중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었다.

경험도 없이 세계적인 큰 대회의 교민 응원전을 맡아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교민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차기 한인회는 이번 월드컵 응원전을 교훈 삼아 다가올 2016 브라질 올림픽에서는 완성도 높은 교민 응원전으로 한국이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브라질 월드컵 응원전

▲ 아리랑 응원단과
▲ 먹거리 장터
▲ 안전을 담당해주는 상파울루 경찰
▲ 응원전에 앞선 케이팝 무대
▲ 한국을 응원하는 현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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