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개정됐지만 해결된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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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개정됐지만 해결된 것 없어
  • 김제완
  • 승인 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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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승리 아닌 운동가들의 승리일뿐
경향신문 4월24일자에 김제완 기자의 기고가 게재됐습니다. 위 주소를 클릭해보세요.

"재외동포법은 개정됐으나 우리에게는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재외동포법 개정은 법개정 운동가들의 승리였을 뿐, 중국동포들의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겨울 석달동안의 농성에 참여했던 불법체류 중국동포 김아무개씨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 연변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김씨는 지난 2월7일 법개정이 된 뒤 밤늦게까지 축배를 터뜨렸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고 지금은 더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단속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3월초부터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시작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씨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에는 같이할 동지들이 있었고 도와주는 사회운동가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2월9일 통과된 새로운 재외동포법에는 재외동포 정의조항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도 포함한다"는 한 귀절이 들어가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므로 법개정 정신에 따라서 시행령을 개정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으나 법무부의 반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은 개정됐으나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김씨의 항변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겨울 재외동포법 개정 농성을 끝내고 나서 2월초에 기독교계가 중심이 된 중국동포 사면을 위한 청원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재외동포법 개정에 힘을 얻은 청원운동본부의 활동 초기에는 매번 2천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정부에 사면을 촉구했다. 그러나 4월총선을 앞두고 거대 이슈들에 치어서 이들의 목소리는 급격히 잦아들었다.      

선거가 끝난 뒤인 4월21일 기독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지난 겨울 농성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다시 모였다. 오충일, 임광빈, 김해성 목사등과 배덕호, 김종헌씨등 이날 참석자들은 사면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시 농성에 들어가야 할 것인지 논의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농성을 주장한 인사들은 고건 총리가 면담시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총리는 불법체류 중국동포들이 자진 출국하면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2천명에 이르는 자진출국자들은 현재 중국 심양의 한국영사관등에서 비자가 거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곧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만나 불법체류 동포들에 대한 2년간의 출국유예 방안을 건의키로 했다.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이 유고상태이며 대통령권한대행인 총리도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않으므로 법무장관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재외동포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일은 국회가 아니라 전적으로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몫이다. 강금실장관은 그의 작은 손으로  중국동포들의 눈물을 닦아줄 기회를 맞았다. 부드러운 듯이 보이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난제를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는 강장관의 역할에 700만 재외동포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