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논란 '재외동포의 역외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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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논란 '재외동포의 역외탈세'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0.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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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코린도 그룹 승은호 회장 탈세 고발

국세청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 승은호 회장과 두 아들을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 주식을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통해 거래하면서 양도세를 내지 않은 것과 금융자산을 페이퍼컴퍼니에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이자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혐의다.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액은 약 500억 원이다.

승 회장 측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어서 한국에 세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세청과 검찰은 과세 기간 2년 가운데 국내에 1년 이상 머물면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는 세법을 들어, 승 회장 부자를 국내 거주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고의적 탈세' 혐의인지 아닌지 당장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재외동포 사업가와 국세청의 납세의무에 대한 시각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법상 거주자 규정은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하며,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개인을 말한다. 거주자는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지니지만, 비거주자는 소득세법 제 119조의 국내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전문가들은 불명확한 소득세법상 거주자 규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주소와 거소의 명확한 정의가 없으며, 거주자 판단 요소로서 국내 직업,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국내 자산 등을 제시하지만 어떤 요소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가 불명확 하다는 것이다. 또한, 거주자 판단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낮다. 거주자 판정 기준인 직업, 가족, 자산 등에 관해 각 사안별로 판례와 예규 등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내 체류기간이 길수록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짧으면 짧을수록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없다고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거주자 판단에 대한 법원의 시각이다. 다만, 소득세법 주소의 개념상 체류기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상 짧은 기간 국내에 체류해도 주소가 있는 거주자가 될 수 있다. 국내 체류기간이 50일이 안 되는데도 거주자가 된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성민영 변호사는 “거주자 판단은 납세의무 및 조세포탈 등 형사책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이다. 거주자의 판단 기준인 주소와 거소의 정의에 대한 명확한 법령이 필요하다”며 “가족, 자산 등 거주자 판단 기준 중 객관적 요건인 거주기간 요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고 거주자 판정 요소 간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거주자라는 것은 국가와의 연결고리에 근거한 것으로 재외동포들이 조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소득의 전부가 해외에서 발생한 경우 이런 측면을 고려해 역외탈세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고, 재외동포의 국내 투자 감소와 입국기피 등 부작용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