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마음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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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마음을 놓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4.08.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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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에게는 몸이 중요한가요, 마음이 중요한가요? 아마도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언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몸’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의 ‘몸과 마음’이라는 표현에서 ‘몸’이 앞에 쓰이는 것은 그것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무의식중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자에서는 반대로 심신(心身)이라고 합니다.

허나 ‘몸과 마음(맘)’이라는 단어가 모음만 차이가 있을 뿐 형태가 유사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몸을 떠나서 마음이 존재할 수 없고, 마음이 떠나간 몸은 그저 주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말에는 마음과 관련된 표현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표현들은 ‘마음’에 대한 우리 민족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음은 물리적으로 보면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아픈 것을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실제로 심장이 터질 듯한 답답함과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마음이 좋지 않다’고도 합니다. 병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은 ‘마음에 두다’라고 하는데, 이는 관심 있는 것을 가져다 그곳에 두었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면 ‘마음에 들었다’라고 표현합니다. 내 마음에 들어 왔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되는 것을 ‘마음이 쓰인다’고 합니다. 마음 쓰임이 지나치면 욕심이 되고, 집착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러워진 마음은 비워내야 합니다. 그래야 욕심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마음을 텅 비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떠돌아다니는 마음을 애써 붙잡지 말고 탁 놓아버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고, ‘마음을 놓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서 ‘마음을 놓는 것’만큼 편안한 느낌의 표현이 있나 싶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마음 놓고’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내 마음속에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들여다봅니다. 놓아 버려야겠습니다. 다 흘려보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