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왜 내게는 국민의 배우자 체류자격 안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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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왜 내게는 국민의 배우자 체류자격 안주나?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7.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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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대표변호사)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일본에서 ‘조선적’을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국적변경절차’를 거쳐서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아 국내에 입출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전혀 출입국할 수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도 관념적인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이기는 하므로, ‘국적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일 대한민국공관에서 3개월짜리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국내 입출국하는 경우도 있다.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표류기’라는 책을 쓴 리정애씨도 이런 경우이다.

한국인과 결혼 무국적자리정애씨의 간절한 호소 왜 저는 이 땅에서 살 수 없나요

(국민일보 2010. 10. 14)

전 왜 우리땅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같은 민족인데도 왜 전 우리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건가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경복궁에서 만난 재일동포 3세 리정애(35)씨와 동갑내기 남편 김익씨 부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달 10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신혼의 설렘을 느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리씨가 국적 문제로 한 달 후면 일본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리씨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강제 이주됐다. 일본에서 태어난 리씨는 2004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될 정도로 한국에 흠뻑 빠졌다. 그녀는 우리말이 들리는 우리땅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한민족인 북한을 바라보는 마음도 남다르다. 그래서 20081월 통일운동가인 김씨를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선뜻 한국 국적을 택하지 못했다. “국적은 제 양심의 문제예요. 한국 남성을 사랑해서 결혼은 했지만 우리 민족이 둘로 갈라져 있는 마당에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일본에서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를 아버지로 하여 출생한 리정애씨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대세와 비슷한 이유로 ‘조선적’을 계속 고수하고 있으며, 주일 대한민국 공관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국내에 들어왔는데 국민인 김모씨와 인연이 맺어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후 리정애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체류자격인 F-2 부여신청을 하였다(현재는 F6로 바뀌었다). 그러나, 체류자격이란 것은 출입국관리법에 의할 때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것이지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에게는 부여될 수는 없으므로 리정애씨는 F-2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무국적자 리정애씨’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엄밀히 말하여 리정애씨는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이나 실체적인 국민으로 처우받기 위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실상의(de facto) 무국적자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법률상(de jure) ‘무국적자’는 아니다.

예컨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부 또는 모 사이에서 아이가 출생할 경우 그 아이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지, 출생신고를 하여야만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실체적인 국민으로서의 처우(주민등록번호 부여, 여권발급, 사회보장 혜택 등)를 받지 못할 뿐인 것과 똑같은 이치라 하겠다.

여행증명서 발급에는 정권에 따른 남북관계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서는 조선적 동포들의 국내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졌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이 까다로워졌으며, 여행증명서 발급을 조건으로 국적변경을 강요하는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즉, 2009년 7월 조선적 동포인 오모씨는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주오사카대한민국영사관으로부터 국적 전환을 강요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재외공관에서 조선 국적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국적 전환을 강요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권고하였다.

또한,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있던 조선적 동포 정영환씨는 참여정부 때까지는 별 문제 없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았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6월 국내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참석차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지만 발급을 거부당했다. 외교부가 제시한 이유는 그가 대학 시절인 1999년 북한을 방문했고, 2006년도에 참석한 학술대회에서 반국가단체인 한통련 부의장을 만났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행정소송을 냈는데, 1심은 2009년 12월 31일‘주일오사카한국총영사관의 이번 임시여행증명서 발급거부는 그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처분이므로 위법하다'고 하면서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지만(2009구합34891판결), 2심은 2010년 9월 28일‘오사카총영사는 여행증명서의 발급에 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는데, 재외동포NGO대회에 참석하여 한통련 부의장과 회합하였고, 일본의 조선대학교 재학 중 방북한 사실이 있으므로 오사카총영사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으며(2010누3536판결), 3심인 대법원은 2013년 12월 12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지었다(2010두22610판결)<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