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귀환이주 고려인, 동포인가 다문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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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귀환이주 고려인, 동포인가 다문화인가?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6.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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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완 교수(전남대 정치학과 한상문화연구단장)
올해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또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 카자흐스탄 ·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이 지역에 정착하고 있는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인은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산재해 있는 720만 재외동포의 한 갈래이며, 특히 이들의 이주사는 근현대 한민족의 깊은 슬픔이 서려있는 유랑의 역사이다.

현재 약 50만으로 추산되는 고려인은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고 부르며, 주로 CIS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고려인들의 모국 귀환이주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3년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고려인은 약 3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등 다양한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정착하고 있으며, 주로 안산, 수원, 부산, 광주 등 20여 개 지역에 밀집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을 비롯한 재외동포의 귀환이주가 이렇게 급증함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들의 한국사회 귀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고, 더불어 ‘방문취업제’를 도입해 이들의 한국 진출을 돕고 있다.

그러나 한국 체류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고, 민족문화에 생소한 고려인은 더 많은 사회적 부적응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귀환이주 고려인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불안정한 법적지위 문제이다.
 
대부분의 고려인은 방문취업 자격으로 입국하여 최대 4년 10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하되, 이들에게 허용되는 일자리는 단순노무분야 36개 업종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모국과 동포 간 교류 확대 및 거주국에 따른 동포 간 차별 해소를 위하여 재외동포 자격부여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단순노무종사 가능성이 희박한 대학졸업자, 법인기업대표, 기능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려인들은 이러한 제한적인 체류자격으로 인해 수시로 모국으로부터 추방당할 불안감에 노출되어 있다.
 
둘째,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이다.
 
고려인 대부분은 인력이 부족한 3D 공장에서 일용직 파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의 경우, 근로자 수가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80억 원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인적 또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환경은 자연스레 임금체불과 지연, 산업재해 및 의료보험 미납, 노동시간 및 휴일 제한 등으로 이어진다.
 
셋째, 고려인의 사회 부적응 문제이다.
 
고려인들은 중국 조선족과 달리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고, 전통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아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문화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국 정부의 사회통합정책 미흡으로 인해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와도 융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넷째,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이다.

고려인들은 한민족임에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성장 배경, 언어 및 문화 차이로 인해 한국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차별받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여성 결혼 이민자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정책에 비해 한국거주 재외동포정책은 소외되고 있으며, 그 위상도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재외동포는 정책의 공백상태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귀환이주 고려인의 경우, 이들을 재외동포로 볼 것인가 또는 다문화로 접근할 것인가 애매모호한 상태이다.  분명 재외동포이지만, 관련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고, 다문화집단에 속하지만 다문화정책의 대상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모국으로 귀환이주한 고려인의 정책지원은 법률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분명하게 재검토 되어야 한다. 이들이 재외동포로서, 또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효과적인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