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국민스포츠 족구가 축구왕국 브라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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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국민스포츠 족구가 축구왕국 브라질에?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5.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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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재 기자, 석갑수 브라질 교민족구협회장을 만나다

▲석갑수 브라질교민 족구협회 회장

첫 직장 야유회를 갔었다. 직원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적당한 공간에 네트를 치고 양말 안으로 바지를 접어 넣는 소위 '농군패션'으로 족구를 시작했다. 남자 직원들은 편을 갈라 네트 양쪽으로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게임에 몰입했다. 때로는 발이 네트를 넘었네 마네, 스코어가 맞네, 틀리네, 공이 라인을 벗어낫네 마네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족구가 끝난 후 시원한 맥주나 음료로 뒷풀이를 하는 쏠쏠한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족구는 군대에서도 빠질 수 없는 놀이다. 군에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피할 수 없는 놀이가 족구였다. 비록 올림픽 공식 종목은 아니지만 우리 한국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가 족구가 아닐까 한다. 특별한 기술도, 규격화된 경기장도, 룰도 필요없다. 평평한 공간에 줄 하나 양쪽으로 매달고 이를 경계로 팔만 사용하지 않고 공을 상대편 네트로 넘기기만 하면 된다.

남자들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만나면 단골메뉴가 군대얘기다. 족구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 감초다. "내가 우리 군대에서 최고의 족구 공격수였다. 내가 날아오는 공을 다이렉트로 오버헤드킥으로 날리면 내 공을 받을 사람이 우리 부대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눈만 보고도 어디로 토스를 해줘야 할지 안다." 등 확인할 수 없는 무용담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군대얘기에 시도 때도 없이 몰입하는 남자들을 보고 오죽했으면 자리를 함께한 여자친구들이 남자들 군대얘기가 제일 듣기 싫다고들 했을까.

이민을 와서 삶에 열중하느라고 족구를 한참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교민신문에 난 족구대회 광고를 보았다. 갑자기 나의 지나온 족구 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혼자 방에서 오버헤드킥 흉내도 내보았다. '내가 전에 최고의 공격수였지? 그랬지?'하면서 나름 만족도 해보았지만 나 스스로는 잘 안다. 매번 공을 뒤로 빠뜨린다고 고참이나 후배들에게 시쳇말로 '구멍'이라고 불렸던 불편하지만 사실인 추억을... 나름 족구에 대해 검색도 해봤다. 한국이 종주국이었다. 그것도 1960년대 말 어느 군대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내가 사는 브라질은 축구천국이다. 이런 곳에 족구 붐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석갑수 족구협회 회장이 연습하는 곳을 찾아갔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나의 화려한 스킬들과 전적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실처럼 말했다. 석 회장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확인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내 실력이 들통날까봐 눙치고 말았다. 아저씨들만 있을 줄 알았던 족구 연습장에는 20대 젊은이들도 많이 보였다.

석갑수 족구협회 회장은 현재 브라질 현지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동포사업가다. 2002년 브라질에 주재원으로 왔다 눌러 앉았다. 그는 족구화를 한국에서 직접 가져올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선교교회 족구장 바닥 공사도 자신이 시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브라질에 족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족구협회도 창설해 지난해부터는 족구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이번달 12일부터 제2회 족구대회를 연다. 12, 15, 19, 22일 선교교회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5월 24일 한국학교에서 결선을 한다. 족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참여할 수 있다고 석 회장은 말했다.

족구 연습장에서 만난 김지훈(자브팀 감독)씨는 "족구는 양복 바지를 양말에 몰아넣고 구두 신고 하는 아저씨들 운동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 진정한 남자의 스포츠"라며 "족구를 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연락하면 열심히 지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노명환 선교교회팀 감독은 "팀을 활성화 시키보려고 출전했다"며 "현재는 15명 정도의 회원이 모여서 족구를 즐기고 있다"면서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쉬운 스포츠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족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석갑수 회장(99992-2281)에게 연락하면 된다.

<기사제공 브라질 코리아포스트 이석재 재외기자>